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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인지뢰 지원하며 긴장 높이더니…우크라 대사관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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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인지뢰 지원하며 긴장 높이더니…우크라 대사관 폐쇄

미 "러, 핵 태세 변경 없어" 일축했지만…대인지뢰·하이브리드전 우려 등 긴장 계속 높아져

러시아가 핵 교리를 변경해 핵무기 사용 기준을 낮춘 데 대해 미국은 러시아의 핵 태세 변경이 없고 자국 태세도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에 이어 대인지뢰 제공까지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을 앞두고 미·러의 대응 속도가 빨라지며 우크라이나 전쟁 긴장 고조 양상은 지속됐다. 미국은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이날 러시아의 핵 교리 변경에 "놀라지 않았다"며 이를 우크라전 시작 뒤 거듭된 "무책임한 핵 수사와 행동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세계 다른 나라들을 강압하고 위협"하는 행위의 반복이라고 일축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에게 러시아가 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침략을 감행한다면 비핵 국가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핵 교리 변경 내용이 "위선"이라고 비판하며 "러시아가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 국방부의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지난 몇 주 동안 이를 변경할 의도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이는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봐 왔던 것과 같은 무책임한 수사"라고 일축했다. 싱 대변인은 "계속 감시하겠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리 핵 태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성명을 내 "러시아의 핵 태세에 변화가 없음"을 관찰했다며 "우리는 오늘 러시아의 성명에 대응해 우리 핵 태세나 핵 교리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원칙을 규정한 핵 교리를 변경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 개정 핵 교리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공격할 경우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핵 교리는 국가 존립이 위협 받는 경우에 한해 핵 보복을 허용했지만, 이번에 재래식 공격이라도 공격 규모가 크고 주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핵무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개정돼 기준이 크게 낮아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19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 공격에도 핵 대응이 촉발될 수 있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며 "주권과 영토 보전"에 위협이 되는 재래식 공격에 핵 보복 문을 열어두는 개정 조항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핵 교리 변경에 대해 미국이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정부와 세계가 궁극적 협상 패로 핵무기를 다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 핵 위험을 추적해 온 매튜 번 미 하버드대 교수는 핵 교리 변경이 "유럽, 미국의 듣는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도록 겁을 주려는 신호 훈련"이라며 "러시아의 실제 단기적 핵 사용 가능성은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 핵전쟁 가능성은 약간 높아졌다"며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공격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서방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대응을 촉발해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핵 전문가인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비핀 나랑이 "핵 사용 문턱은 말이 아닌 억지력 균형과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며 "선언적 교리 변경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러시아 간 억지력 균형을 전혀 바꾸지 않는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사용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확전 긴장은 계속됐다. 최근 미국, 우크라이나, 한국이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를 되찾기 위해 북한군이 투입됐다고 파악한 데 대한 대응으로 17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300km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러시아 영토 내 사용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러시아가 이틀 뒤 곧바로 핵 교리 변경을 발표하는 등 미·러가 대응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꾸준히 진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뢰 제공이 이를 늦출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미 국방부가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이 지뢰 사용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로 제한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동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한 우크라이나 당국자가 정책 변경을 환영하며 러시아는 이미 대인지뢰를 사용하고 있다고 짚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인 2014년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을 도입했지만 트럼프 1기 집권 아래 2020년 폐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뒤 2022년 오바마 정부 금지 정책을 다시 부활시킨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한 당국자는 이 지뢰가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배터리가 닳거나 자폭하는 "비지속성"으로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위기, 분쟁, 무기 분야 부국장 메리 웨어햄은 대인지뢰 제공이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진전"이라며 비지속성 지뢰도 복잡한 제거 작업이 필요하고 언제나 비활성화되는 것은 아니어서 민간인 위험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뒤 거의 곧바로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영토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오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브랸스크를 향해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해 5발을 격추했고 한 발엔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러 국방부는 미사일이 브랸스크 군 기지 내 떨어져 화재를 발생시켰지만 사상자나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19일 미 NPR 방송도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권한이 없는 미 당국자가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 미사일 7발을 브랸스크 무기창고를 향해 발사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발사된 미사일 중 두 발만 격추됐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빠른 대응, 전장 격화, 바이든 정부의 무기 사용 승인은 트럼프 2기 집권 임박을 공통된 배경으로 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을 서두를 유인이 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전쟁을 24시간 내 끝내겠다고 밝힌 것은 협상이 빨라질 가능성을 키우지만 현재 형성된 전선이 협상 기반이 될 가능성 탓에 협상 전 전투 및 대응이 격렬해질 유인 또한 제공한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일부 분석가들이 트럼프 당선자가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있어 합리적 선택은 미국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와 가까운 기관에서 일하는 모스크바 기반의 한 분석가는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공격이 전쟁의 진로를 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이를 빌미로 러시아가 미국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면 "트럼프(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18일 발트해 해저 통신 케이블 두 곳이 연이어 절단되며 하이브리드 전쟁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4시간 동안 독일과 핀란드,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사이 케이블이 "우연히 절단됐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따라서 누구의 소행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우린 이를 하이브리드 작전이라고 말해야 한다. 또 이를 파괴 공작(사보타주)로 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군사 작전 외에도 허위 정보 유포 등 사이버 공격, 파괴 공작 등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전략으로 유럽 국가들은 해킹, 선거 기간 허위 정보 유포, 방화 시도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러시아가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달 초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공격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전쟁의 전선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만 있지 않다. 국경을 넘어 발트 지역, 서유럽, 북극권 너머까지 점점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면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한 보복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20일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주재하고 있는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은 '보안 경고' 메시지를 통해 대사관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11월 20일에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공습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받았다"며 "대사관은 폐쇄될 것이며 대사관 직원들에게 대피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항공 경보가 발표될 경우 미국 시민들은 즉시 대피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을 권고한다"며 △현지 언론 소식 모니터링 △경보 발생 전 대피소 위치 파악 △경보 발령 즉시 대피 △긴급 상황 발생 시 우크라이나 관리 및 구조대원 지시 따르기 등의 행동 수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러시아 무인기(드론)를 탐지하기 위한 수색등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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