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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ESG를 법으로 의무화한다면?

[국회 다니는 변호사] 기업인권환경실사법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오늘은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인권과 환경'에 대한 이슈를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은 경제적 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 불평등, 분쟁 등 글로벌 차원의 문제들이 확산되면서 인권과 환경 문제는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중간 무역분쟁을 비롯한 공급망의 문제도 점차 대두되고 있죠. 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에서는 인권과 환경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법제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지역사회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인권을 준수하고 환경을 보호할 책임을 명확히 하고, 실사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죠.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는 단순한 윤리적 의무를 넘어 법적 책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 기업들도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춰 인권 과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을 강조받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확보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광물이 풍부한 국가들에 투자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불거진 강제 노동·실향민 발생·환경오염 문제들이 잇따르고 있지요.

물론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자발적인 실사와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고, 이를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공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중요한 것은 이것을 강제할 수 있는 규범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현재 유럽연합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을 제정, 모든 기업이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지침은 기업들이 자사의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나 환경 문제를 사전에 평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도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 법률(California Transparency in Supply Chains Act)'을 제정하여 제조업체 공급망에서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무역수출비중이 총 GDP에서 4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높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자발적 준수노력도 중요하지만,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일선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외면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이러한 법제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기업들이 실제로 인권 보호를 기업의 책임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태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인권·환경실사법’)'이 있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돼 버렸습니다. 이 법안은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소통·협력하면서 자신 및 공급망 내 기업의 활동에서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예방·완화·제거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는 '인권·환경실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기업의 인권·환경실사를 실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관련 지침, 표준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인권환경기업위원회'를 설립하여 인권환경실사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하고, 필요시 조사·시정권고·시정명령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으며, 현재까지 재발의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인권·환경실사법이 도입된다면, 기업들은 자사의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문제를 사전에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평가와 보고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발견된 문제는 즉각 개선할 의무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 없이는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묵인되거나 은폐될 위험이 큽니다.

인권실사법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기업이 노동자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자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국제 사회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려면, 이러한 실사 체계를 적기에 도입하여 실행·점검·피드백의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공급망 전반에 걸친 윤리적 기준 설정, 인권 경영 원칙 수립,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인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인 평가와 보고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권 실사를 통해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고, 피해자 구제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을 다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인권과 환경 보호 의식을 고취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제2차 ESG 경영위원회'에서 주요 내빈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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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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