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정치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前 국민의힘 대표)이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한데 묶어 "비문명"이라고 비난했다. 그가 앞서 받아왔던 지적대로, '혐오정치'를 자신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15일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4호선 타는 서민을 볼모삼아 뜻을 관철하려는 행위가 비문명인 것처럼 동덕여대 폭력사태에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발생했는데 그것을 정당한 시위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본관 점거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동덕여대 시위를 두고, 학교 측의 소통 부재 등 맥락에 대한 언급 없이 물리 충돌 사태에만 관점을 맞춰 비난한 것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인 지난 2022년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비문명"이라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시민사회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등 자당 내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이 의원은 또 "포용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것이 페미니즘이어야 하는데 고립과 배척을 무기로 삼는 대한민국의 래디컬 페미니즘은 이미 공세종말점에 온 것"이라고 썼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취임 전후부터 본인의 정치적 자산으로 '안티 페미니즘'을 활용하려 한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적의원 273명 중 찬성 272표로 여야 거의 모든 의원들의 찬성 하에 가결된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유일한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아동 또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허용되던 위장수사가 성인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 소관 상임위 중 하나인 국회 과방위 소속인 이 의원은 앞서서도 "과잉 규제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딥페이크 위험은 과대평가 됐다"는 등 발언을 남긴 바 있다. 이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인 '여성폭력범죄'에 대한 구조적·정책적 접근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여론의 빈축을 샀다.
이 의원은 앞서 방송 인터뷰나 개인 SNS 등을 통해서도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응을 논하며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한 바 있다. 즉 여성 대상 범죄를 바라보는 페미니즘적 관점이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취지의 논리다.
그는 지난 2021년 여성 스토킹 살해사건을 놓고도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논쟁을 벌이며 "고유정 살인이나 이번 사건 모두 젠더 뉴트럴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갈라치기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논리를 새 화두인 딥페이크 범죄에도 적용한 꼴이다.
국회 내 대표적인 '안티 페미니즘'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 의원은 여성의제에 적극성을 보인 금태섭 전 의원, 류호정 전 의원 등이 본인 신당인 개혁신당에 합류한 이후로도 성평등 의제에 대한 반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지난 4월 최고위원회의에선 국가 차원의 성인지교육을 "국민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비판했고, 지난 2월엔 '이수역 폭행 사태' 등 페미니즘 논쟁과 관련한 스스로의 행보를 두고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본인 정체성을 자임했다. 총선 준비 과정에선 '경찰·소방 등 직렬에 따른 병역의무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여성징병' 의제를 띄우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안티페미' 행보는 그가 정치적 무게감을 갖게 된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부터 본격화돼, 당 대표 취임 이후 대선 국면까지 이어졌다. 특히 그는 전대·대선 선거 과정에선 '구조적 성차별'이란 의제를 지속적으로 부정함으로써,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경향을 갖는 20대 남성 계층을 결집하는 '이대남 전략'을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이슈들을 불러와 공세를 쏟아내 반대급부의 정치적 결집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가령 이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여성차별의 존재에 대해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본인이 당 대표로 임한 2022년 대선 과정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자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총선 이후인 지난 4월 25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간담회에선 이 의원의 이 같은 행보를 가리켜 '한국 대선을 안티페미니즘 선거로 만든 정치인'으로 묘사했는데 반박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외신의 지적이 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당시에도 "한국의 페미니스트 중 일부가 다소 선동적일 수 있는, 범죄의 영역에 있는 것들을 논의의 장으로 끌고 오는 상황이 있었다"며 "페미니스트 아젠다에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를 안티 페미니스트라는 과격한 언어로 낙인찍는 것이 페미니스트 운동의 현재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본인의 입장을 강고히 했다.
그는 한 외신기자가 '지지 기반이 주로 20대 남성인데, 여성 유권자들을 포용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질의하자 "한국에서 지금까지 한 10년 정도 페미니스트 아젠다들이 반대 의견 없이 통용되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실제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과거에 여성들이 직업·교육의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 항상 불리함을 감수하고 살아왔던 세월이 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며 "그 때에 비해서 지금 비슷한 주장이 젊은 세대에게 통용되지 않는 이유는, 저는 1985년생인데 이미 제 나이 때부터는 여성의 그런 교육·직업 측면에서의 희생이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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