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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말썽에 '바람 잘 날 없는' 전북자치도정…'도지사 용인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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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말썽에 '바람 잘 날 없는' 전북자치도정…'도지사 용인술' 문제?

"도지사 인복 없다" 말에 "온정주의 경계" 목소리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가 지난 10월 25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 44회 전북특별자치도 도민의 날'에서 도민들에게 전한 기념사는 1417자에 낱말은 438개였다.

200자 원고리 열 두장 분량의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도전'으로 6회를 기록했고, '성과'와 '열정', '기회', '잠재력' 등의 긍정적 워드도 2~3차례씩 등장했다.

도전을 통해 성과를 내고 기회를 잡고 싶은 도백(道伯)의 간곡한 마음과 달리 전북자치도정 안에서는 간부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전북특별자치도 공연장에서 열린 '10월 소통의 날'에 참석한 김관영 도지사와 청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그것도 도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최상단의 고위직에서 각종 논란에 휘말리는 사례가 잇따르자 급기야 "도지사가 인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고위직의 논란은 그동안 주로 외부 발탁의 어공에 집중돼 왔지만 최근엔 '늘공' 출신까지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늘공 출신의 한 고위직은 자신의 부인이 소유한 상가에 도청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민간위탁 업체가 임차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는가 하면 업무추진비의 상당액을 아들의 사업장에 몰아줘 이중의 이해충돌에 휘말렸다.

도청 산하 출연기관까지 포함할 경우 논란과 구설에 올라와 있는 고위직은 다수인 상황이어서 갈 길이 바쁜 김관영 도정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백이 낙후 전북의 설움을 떨치기 위해 신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 새만금 개발 등 현안 추진에 혼신을 다하고 있음에도 되레 근접거리의 고위 간부 말썽이 끊이지 않자 최근엔 김관영 도정의 '용인술'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대회의실에서 올해 10월 14일 열린 열린 2024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김관영 도지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관영 도지사가 전북발전을 위해 주야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 전북도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도전'을 너무 강조하며 일 욕심을 앞세우다 보니 문제가 있는 고위직에 대한 온정주의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위직일수록 윤리와 책임 의식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하지만 도전해야 성공한다는 뜻을 담은 전북도정의 기치인 '도전경성'을 위해 두루 같이 가려 하다 보니 일벌백계의 시그널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창엽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공직자 윤리의식이 매우 부족해서 나타나는 고위 간부들의 갑질과 이해충돌 등의 일탈은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함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소통의 달인'이란 평가와 함께 '선별적 소통' 지적이 나오는 점도 고민해 볼 지점이다.

50대 중반에 고시 3관왕의 젊은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김관영 도지사는 항상 직원과 소통하고 공감을 통해 미래비전을 향한 대도약의 길에 동참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인기가 높은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올해 9월 27일 순창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8회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체육대회에 김관영 도지사와 최영일 순창군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입장하는 선수단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호평 속에서도 완주·전주 통합 문제의 경우 반대 측 주민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아 '선별적 소통'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의회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주·완주 통합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돌을 맞더라도 완주에 자주 가서 반대 측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통합으로 가려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전북자치도의회의 한 도의원은 "경제기획원 등 중앙부처 근무와 재선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를 오래 해오신 분이라 중앙정치적 시각과 스타일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지방정치는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어주는 게 중요한 데 도지사께서 '너무 바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술회했다.

김관영 지사는 1992년에 행정고시(재경직)에 합격한 후 이듬해부터 2000년까지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사무관을 역임한 바 있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활동을 하다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승리해 재선의 국회의원으로 활동해왔다.

일주일에 2~3번씩 수시로 국회에 올라가 지역 현안을 풀어가려 노력하고 굵직한 사안의 물꼬를 트는 것이야 백 번 찬성하고 지지할 일이지만 "도정과 지역 민생의 세세한 부분과 흐름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애정 어린 지적이다.

예컨대 도정의 경우 직원들의 일이 과중한 상황에서 '도전'의 기치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고위 간부들의 완충 역할과 격려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간부들은 지나치게 도백만 바라보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다.

▲올해 6월 26일 전북자치도청 회의실에서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정리하고 본연의 업무와 새로운 혁신 시책에 집중하기 위한 '일 혁신 프로젝트'에 김관영 도지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내부만족 없이 외부만족은 절대 없다. 도청 내 공직자 전체가 행복해야 도정이 잘 굴러가고 대민 서비스도 원활할 수 있다"며 "국가예산을 확보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도정의 건강한 조직문화, 활력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관영 도지사는 지난 5일 도청 직원들에게 "공직자의 청렴과 책임감을 강화해 도민의 행복을 실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관영 도지사는 "내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전북도청이 하나 되어 높은 산을 넘을 것"이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직원들이 지금처럼 단합해 나간다면 더욱 큰 목표를 이루어낼 것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북도 감사위원회가 전했다.

청렴과 기강을 강조한 김관영 도지사 발언과 관련한 보도자료엔 역시나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조직문화 육성'이란 말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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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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