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아침 8시 10분. 국회 의원회관 식당에서 개최된 '전북 국회의원 예산정책협의회'는 통상적인 행사와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아침 회의에는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군산·김제·부안을), 김윤덕(전주갑), 이성윤(전주을), 정동영(전주병), 신영대(군산·김제·부안갑), 이춘석 (익산갑), 한병도(익산을), 윤준병(정읍·고창), 박희승(남원·장수·임실·순창), 안호영(완주·진안·무주) 등 전북 국회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했다.
김관영 지사가 전북의원들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조찬을 생략하고 바로 회의 진행을 요청했고 의원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밀도있는 회의 진행을 위해 전북도가 사전에 도당과 논의해 조찬 시간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진행된 회의에는 과거 줄줄이 참석했던 전북도 고위직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도청 간부진 참석을 최대한 제한해 불필요한 보고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일까? 이날 회의장은 전쟁터의 작전실, '워룸(war room)'을 연상케 했다고 한 참석자가 귀띔했다.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국회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의 시간'을 맞아 예산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지가 분출했다.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외에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도 별도로 논의됐다. 남원을 지역구로 둔 박희승 의원은 "세수결손이 심각해 국고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국가예산을 별도로 들이지 않아도 되는) 남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병도 의원도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도 남원에 설립해야 국가 예산을 최대한 아낄 수 있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해서 용역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을 거들었다.
전북 국회의원이 언급하는 '남원 대안론'에는 △국가예산 부담 최소화 △국가 균형발전 △미활용 국유지의 경제적 활용 등 3대 장점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남원 후보지인 옛 가축유전자센터(166만㎡)의 경우 기재부가 99.8%의 땅을 갖고 있는 '국유지'이다. 따라서 '제2중경'을 설립하는 데 정부가 들여야 할 돈이 전무에 가까운 등 토지매입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내년도 예산부터 허리띠를 서너 칸 졸라메겠다며 긴축을 선언하는 등 세출조정의 현 국면에 부합하는 후보지가 바로 전북 남원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서남대 폐교 등에 따른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있는 남원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제2중경 유치 등 획기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균형발전 대안론도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남원 후보지는 국립 축산과학원의 가축유전자센터(1971~2019)였지만 2019년에 센터가경남 함양군으로 이전한 이후 유휴지로 방치돼 있어 미활용 국유지의 경제적 이용도 남원 최적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이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원팀이 되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5선의 정동영 의원은 "전북도와 전북 국회의원이 '원팀'으로 협력해 전북발전을 이끌겠다"며 "할 일이 많다.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차게 달리겠다"고 주마가편(走馬加鞭) 의지를 피력했다.
이원택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도 협의회 이후에 "제2중경 남원 유치 대응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며 "도당과 전북도가 '원팀'이 되어 필요한 예산이 꼭 반영되고 필요한 사업이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식 남원시장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방문하고 '제2중경' 유치를 위해 여야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최경식 시장은 이날 국민의힘 전주 동행의원인 추경호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남원이 영호남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유휴 국유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을 설명하고 입지선정 과정에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요청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제2중경 유치를 위해 남원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남원이 최적지라는 점을 잘 준비해서 알리고 결과적으로 더 경쟁력이 있는 곳으로 선택 받을 수 있도록 비교 우위를 잘 설명하고 공감대도 확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또 여야 전북자치도당 위원장을 만나 "제2중경 남원 설립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며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적극 어필했다.
최경식 시장은 이달 13일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를 통해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의 필요성과 경찰교육 발전 전략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제2중경 남원 유치'에 초당적인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전북 정치권에 남은 '제2중경' 유치의 과제는 단 하나이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막판까지 '원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치열하게 접근해온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2중경 남원 유치는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좌절과 절망을 곱씹어온 낙후 전북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자긍심을 재확립할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최종부지 선정이 뒤로 미뤄졌지만 전북 정치권이 똘똘 뭉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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