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성추행과 부실 대응으로 고(故) 이예람 중사를 사망케 한 공군에서 또다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대령이 여군 소위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군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3월 임관한 A 소위는 지난 24일 직속상관인 전대장 B 대령을 포함해 5명이 모인 회식자리에 참가했다. 이후 2차를 가자는 B 대령의 제안에 불편해 한 하급자가 A 소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A 소위는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B 대령을 관사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B 대령은 관사로 이동하던 중 "공군에 계속 있게 면 세 번은 나를 보게 될 거다"라며 A 소위의 손을 만졌고, 관사에 도착한 후에는 자신의 관사로 갈 것을 강요하다 거절당하자 성폭행을 시도했다.
A 소위는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 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완강히 거부했으나 B 대령은 성폭행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A 소위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채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다음날 A 소위는 다른 상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해 B 대령과 분리됐다. 그러나 지난 26일 B 대령은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간부들에게 피해자가 술에 취해서 자신을 유도한 것처럼 질문하며 간부들의 대답을 녹취했다. 해당 간부들은 이 같은 상황을 A 소위에게 알려 2차 가해 상황을 파악하게 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군인 등 강제추행,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B 대령을 고발했다. 또한 전날 A 소위 측 대리인은 B 대령이 "내가 너를 이렇게 잘 봐주는데 부모님께서 뭐 비싼 선물은 안 주시냐"며 뇌물을 강요한 점에 대해서도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건 인지 즉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으며 피해자가 민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력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대는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상담 지원 등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민간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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