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의 방대한 문헌을 통해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월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박상헌)은 아리랑아카이브(대표 진용선)와 공동으로 광업 관련 아카이빙 문헌자료 ‘기록의 힘, 광산’ 특별전을 오는 11월 1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영월문화관광재단과 아리랑아카이브는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 시민기록단과 함께 영월 광산 기록화 사업을 시작해 ‘상동광업소의 기억, 우리의 기록’ 발간했다.
이어 올해 영월 마차리 영월광업소 역사 사료 발굴 등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아리랑아카이브가 소장한 시대별 희귀 문헌을 통해 대한민국 광산과 영월광업소의 역사를 보여주는 특별전을 기획해 이후 3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다.
이번 특별전은 대한민국 산업 성장의 동력이자 서민의 연료였던 석탄 광산 개발의 역사를 시기별 중요 문헌과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 설명과 영상을 통해 돌아보고, 남겨진 석탄산업 문헌과 기록 등의 유산이 폐광으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유산으로 보존하고 활용할지를 생각해보고자 마련했다.
문헌 자료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했으며, 아카이브 사진전은 2부로 구성되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광산의 분포와 규모를 보여주는 ‘자원조사표’를 비롯해 1946년 1월 데이비드 갤리거(David Gallagher)가 우리나라 각도의 광물 자원과 대표 광산을 소개한 미발간 프린트본 영문 보고서 'Mineral Resources of Korea' 등에서부터 1950년대 미국에서 영월과 함백, 단양 탄전을 조사해 펴낸 원본과 번역본 등 180여 점의 문헌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1930년대 영월탄광 개발 초기 갱도 굴진 사진, 전차갱 준공 기념식, 판교갱의 옛 모습 등과 마차리 모습, 마차리 거주 일본인, 탄광 주변의 요정 등 40여 점의 흑백사진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아리랑아카이브 진용선 대표가 지난 2009년 일본에서 발굴한 자료들이다.
1부 ‘광산, 근대화와 함께 시작되다’는 삼국시대 석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부터 구한말에 시작된 우리나라 석탄 산업과 일제강점기 광업법 제정, 일본의 광업권 독식과 수탈로 이어지는 숨가뿐 역사를 당시 발행된 ‘조선광업령대의’, ‘조선탄전조사보고서’, ‘강원도 광업상황’, ‘광업조선’과 ‘광업시대’ 등의 문헌을 통해 엿볼 수 있다.
2부 ‘영월, 강원도 첫 탄광 문을 열다’는 우리나라 석탄 산업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월 마차리 영월탄광 역사이다. 1935년 조선전력주식회사 영월화력발전소 발전용탄 공급 기지로 문을 연 영월탄광이 판교에서 시작되어 북쪽으로 확장되는 과정과 해방 후 어려움을 겪다가 국제연합 한국재건단(UNKRA)의 개발 지원금과 군 파견단의 지원으로 대한석탄공사 산하 탄광으로는 4번째 규모로 발전하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군파견단 1·2년지’, ‘대한민국탄전지질조사연구’ 등과 폐광 후 버려진 월급봉투 등을 통해 현대사의 질곡을 함께한 영월광업소의 흔적 만나볼 수 있다.
3부 ‘석탄,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다’에서는 지난 반세기 넘게 국가 성장의 동력원이었던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발전사를 조명한다. 광복 후 정부가 주도적으로 탄광 시설을 확충하고 수송을 위한 철도를 부설하여 석탄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1962년 ‘석탄개발임시조치법’ 시행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석탄 생산은 해마다 증가하여 1965년에는 1,000만t 달성으로 석탄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1989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추진해 전국 360여 개에 이르던 탄광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올해와 내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탄광인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가 차례로 문을 닫아 찬란했던 대한민국의 석탄시대가 저물고 있는 역사를 시대별 문헌으로 보여준다.
4부 ‘광산, 문학과 영화로 기록되다’에서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탄광마을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탄광은 한때 모든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었다. 탄광으로 모여든 이들은 ‘광부’라는 이름으로 갑방, 을방, 병방 3교대로 지하 갱 속 깊은 곳에서 석탄을 캐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작업한 광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광산은 힘없고 가진 것 별로 없는 이들의 소외된 공간이었기에 주인공의 삶을 통해 풀어내는 애달프고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광산촌 사람들의 고단한 삶은 시와 소설 등의 문학작품과 영화로 만날 수 있다. 탄광촌의 풍경이나 광부의 고단한 삶, 이들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글 등 탄광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한 문집과 시집, 기록물 등을 감상하고, 직접 펼쳐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전시장에서 갱도처럼 난 문을 빠져나오는 전시실에서는 사진전 ‘기억과 기록’ 전이 열린다. 제1부 ‘기억하다’에서는 영월광업소와 마차리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40여 장의 사진을 전시된다. 영월 광업소 개발 당시의 모습에서부터 발전소에 석탄을 운송하는 가공삭도, 마차리 마을의 옛 모습 등 50여 장의 영월광업소와 마차리의 모습을 통해 기억하는 매체로 사진의 주요성을 알린다.
제2부 ‘기록하다’에서는 지난해 문화도시영월 시민기록단이 ‘상동광업소의 기억’을 펴내기까지의 활동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영월광업소 기록화 사업의 과정을 45장의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편 개막식은 11월 1일 오후 2시에 진행되며, 11월 28일에는 ‘석탄 산업 유산의 가치와 활용’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된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자료와 사진을 도록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올해 영월광업소 아카이빙을 통해 조사된 자료는 디지털화하고 원문콘텐츠로 활용 가능하도록 명료화해 ‘영월광업소, 기억하고 기록하다’라는 문헌에 수록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 총괄을 맡은 아리랑아카이브 진용선 대표는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작업한 광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광산은 폐광으로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발굴하고 활용해 더욱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산”이라고 밝혔다.
영월문화도시센터 김경희 센터장은 “이번 전시회는 강원도 최초의 개광 탄광으로 90년 동안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영월광업소의 주민들에게 지역의 옛 모습을 추억할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석탄광산에서 문화광산으로 새로운 문화가 빛을 발하는 광산(光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영월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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