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59명 사망한 참사, 기소된 23명 살펴보니 '세월호'와 똑닮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59명 사망한 참사, 기소된 23명 살펴보니 '세월호'와 똑닮았다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선고…'박희영 무죄' 관련 '주최 없는 행사' 해석 다툼 여지 있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59명이 사라진 골목에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별 모양의 전구가 내걸렸다. 경찰을 꿈꾸던 별,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간호대학에 진학한 별, 미국 공인회계사로 취업면접 합격 발표를 두 달 남겨 놓은 별,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의 별, 한국 유학을 온 별, 혼자만 살아 남았다며 자책하던 별 등.

이들 모두 국가의 안전관리 책임 의무 소홀로 하늘의 별이 됐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경찰에 내린 판결에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명시했다. 국가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경찰 일선에만 유죄를 선고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주요 책임자에 대한 판결이 일단락 된 가운데, 유가족협의회가 기소한 23명에 대한 판결 내용을 정리했다. 피고인 중 안전관리 책임자가 아닌 김미나 창원시 의원은 제외했다. '모욕죄'로 기소된 김 의원은 지난 9월 1심에서 선고유예를 판결받았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왼쪽)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오른쪽). ⓒ연합뉴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유죄…세월호와 닮은 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이라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경찰 최고위급에게는 무죄가, 일선 경찰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판결은 여러 모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해경 지휘부에게는 무죄가, 일선 해경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권성수)는 지난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안전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충실한 임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관할서를 관리‧감독할 일반적 의무는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로 이어질 만큼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청장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험성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 경찰서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여러 보고를 종합했을 때,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할 여지나 관련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용산서의 추가 경력 지원 요청은 없었으나 김 전 청장이 참사 보고를 들은 직후 가용 부대를 급파한 점 등을 들어 참사 당일과 이후 대응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을 포함한 류미진 전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과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팀장(경정)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 23일 항소했다.

경찰 최고위급과 달리 일선 경찰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 금고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 단속과 교통 단속에만 치중했을 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혼잡 경비와 정보 경력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을 포함한 송병주 전 112 상황실장과 박인혁 112 상황팀장에게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용원 전 생활안전과 서무와 정현우 전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결과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재판 결과와 유사성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해 법원은 해경 지휘부 무죄, 일선 해경 유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에 대해 "제한된 정보로 세월호 침몰에 따른 인명 피해를 예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장 관리자인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게는 "승객들이 빨리 퇴선하지 않으면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신속히 판단해 즉시 퇴선 조치를 했더라면 승객 상당수를 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정장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 2부는 지난 2016년 12월 상고 기각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고 책임에 대한 질문에 "이태원 핼러윈 데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주최 없는 행사'에서 벌어진 참사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159명이 희생된 참사를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책임에서 빗겨갔다.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가 쟁점이었지만, 검찰의 입증 실패로 1심 재판부는 구청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치구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대규모 인파 유입을 통제·차단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수권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이 사건 공소에서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이 인파관리·통제에 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피고인들의 조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굉장히 많은 주의의무를 공소장에 언급했는데, 이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가"라고 질문했지만, 검찰은 법원이 원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용산구청 측은 재판 내내 '주최자 없는 행사'의 경우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계획 수립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참사TF는 "재난안전기본법 자체가 '주최 없는 인파 밀집'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재난 예방·대응 의무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자체 모두에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 등을 두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 사고를 '그 밖의 각종 사고'의 범주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 제2조는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고인들이 모두 용산구 주민이거나 용산구에서만 장기간 근무하였던 공무원이면서 재난을 관리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한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은 형식적인 법 논리에만 매몰되어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은 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박 구청장을 포함한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는 금고 2년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지난 9월 30일 서울 서초구 법원 앞은 눈물 바다가 됐다. ⓒ연합뉴스

"경찰의 '위험' 분석 보고서 은폐, 실체적 진실 발견 어렵게 해 엄정 처벌"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 중 부실대응 혐의 외에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 2월 14일 박 전 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김 전 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발생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부장은 지난 6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삭제 지시를 한 적 없다", "삭제 지시할 동기도 없다"고 혐의를 부것했다. 반면 김 전 과장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에 위반 건축물을 세운 혐의(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밀턴호텔 이 모 대표에게는 지난해 11월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라운지바 '브론즈' 임차인과 '프로스트' 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1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운영 법인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800만원,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한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구 모 순찰1팀장(경감)과 윤 모 순찰2팀장(경위)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 경감은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 1건을 받은 뒤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경위는 저녁 6시 34분 첫 신고 이후로도 압사를 언급한 112신고 10건을 받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참사 현장에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고 허위 기재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공전자기록등위작·행사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명선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