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담양 장성지역 경찰에 의한 민간인 희생
슬프고 한스럽다. 대한민국 반도 땅 어딜 가나
죄도 없이 낙화한 꽃망울들 땅에 묻히고 썩어서
우거지는 현대사를 보라! 오월이면 저토록 잎잎이 푸르른
이유가 우리 선대의 흘린 피라고 하니, 그 흘린 피 거름되어
이렇게 풀잎 돋아 날 줄이야,
내 고향 담양 장성에서도 기동대와 토벌대가 빨치산 부역 혐의자
색출한다고 통비분자 입산자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많은 목숨들이 떨어져 뒹굴었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일랑은
말해서 무엇할까? 인지상정으로 보면 모두 다 우리의 이웃이고
형제자매인 것을, 진상보고서는
이 사건의 가해자는 전남 경찰국장과 관할 경찰서장의 지휘 감독 아래
토벌작전을 한 경찰과 경찰 토벌대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봉사한 피와 살육의 역사는 어느 것 하나 잊어버리지 않고
우리가 행한 것을 그대로 우리에게 돌려주고 있다.
우리의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에 대하여
역사는 그 행위 자체 안에 상과 벌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무장한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백성을 살육하는 것은 어쩌면
오래전 아담과 이브가 자신이 알몸인 것을 알고 부끄러워
그 알몸을 숨기기 위해 옷을 입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리라.
그들은 자신의 알몸을 무장한 것이다.
무장한 몸을 본 조물주는 통곡했다. 누가
너희의 벗었음을 알게 하였느냐! 내가 모든 피조물을
알몸으로 창조하였거늘 너희는 그 눈부신 알몸을 무장하여
나의 창조와 진리를 부정하여 도전하는구나.
이제 알몸을 무장하고 진리를 거부하였으니
서로 질시하며 시기하고 다투며 죽일 일 밖에는 없으리라!
너희는 무엇 때문에 알몸인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이냐?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그림은
우리 국민의 맹목성과 잔인성을 고발하고 있다.
사람은 아닌 로봇 병기처럼 그려진 병사들은 기관총을
겨누고 있고, 그 앞에는 임신한 알몸의 여인들과
놀란 어린이가 있다. 한 여인은 자궁과 젖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다른 여인은 겁에 질려 무방비 상태로 서 있다.
피카소가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에 환장한
우리 국민의 맹목성과 잔인함은 아닐까?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검찰국가의 폭력성은
피카소의 고발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언하고 있다.
보통 역사는 나선을 그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어느 세월에 민족이 화합하여 통일을 이루고
미제국주의의 깔판 신세를 면할 것이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보우하시는 하느님도 이미 지쳤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철갑을 두른 듯한 남산의 소나무 같은
기상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고, 나라를 팔아서라도
오로지 돈만 밝히고 출세만 하려 드는 개 같은 근성만 남아 있으니
역사가 이를 심판하리라.
어느 개인도 그 잘한 일과 못한 일에 대하여
상은 상대로 받고 벌은 벌대로 받는데, 하물며
하나의 국가나 민족의 흥망성쇠가 다
너희의 그 하는 바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 자신을 원망하고 분하게 여기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