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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는 맞아도 돼" 진주 편의점 폭행, 법원 '여성혐오범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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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는 맞아도 돼" 진주 편의점 폭행, 법원 '여성혐오범죄' 인정했다

재판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범행"…여성혐오범죄 명시한 첫 판결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경남 진주의 편의점 여성 점원이 폭행당한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라고 판시했다. 가해자의 여성혐오를 범행 동기로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며, 여성혐오를 비난할 만한 동기로 인정한 국내 첫 판결이다.

창원지법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15일 특수상해,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진주시 한 편의점에서 여성 점원 B씨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 C씨도 폭행했다. 그는 B씨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 후유증으로 B씨는 왼쪽 청력을 영구적으로 잃어 평생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골절상 등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은 C씨는 일자리를 잃고 생활고를 겪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로 지정됐다.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당시 편의점 내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캡쳐 ⓒ연합뉴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A씨가 과거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A씨가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을 것이라는 법무부 국립법무병원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검사 의견을 토대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3년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여성혐오적 언행은 심신미약의 근거로 활용됐을 뿐 범행동기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 범행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해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고 있고 지금까지도 B씨가 먼저 자신을 때렸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반성하는지 의문"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A씨가 B씨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손괴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점을 심신미약 근거로 포함한 원심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그것만으로 검사가 A씨의 심신미약 부존재를 증명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측은 A씨의 심신미약이 인정돼 같은 형량이 나왔지만, 국내 판례에서 처음으로 범행 동기를 여성혐오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활동가 '연대자D'는 "이번 판결은 여성혐오를 범행동기로 규정하고 이를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라고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며 "전까지는 피고인 측에서 여성혐오를 심신미약의 근거로 활용했다면, 앞으로는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B 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이경하 변호사도 "양형부당과 법리오해 주장이 전부 기각돼 징역 3년이 동일하게 선고된 것은 아쉽지만, '페미니스트 여자는 맞아도 된다'며 여성혐오에 근간한 피고인의 범행 경위를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로 명확하게 포섭해줬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라며 "이로 인해 앞으로 피고인들은 가중처벌을 받을까봐 여성혐오를 심신미약의 근거라고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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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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