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모든 핵발전소들의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있는 핵발전소 일부의 경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서 최신 기준이 아닌 25년 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은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한수원 등 대상 감사에서 "한수원에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핵발전소) 10기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 수준이고 수명 연장이 추진되는 원전들 역시 다수 호기가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364만 명이나 될 정도여서 사고에 대한 대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는 안전성 평가를 할 때 방사선 환경영향에 대해서 '최신 기술 기준'을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지난 2017년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도 서울행정법원은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에서 최신 기술 기준을 도입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박 의원이 "현재 10기 수명 연장 추진 중인데 관련 법규에서 정하고 법원에서 해석한 대로 '최신 기술 기준'을 반영하고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그렇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박 의원은 "제 생각은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미국형 가압경수로인 고리 2·3호기와 한빛1·2호기 등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환경표준심사지침 NUREG 1555를 적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미 운영변경 신청이 완료된 고리 2·3·4호기에는 NUREG 0555를 적용했다고 (한수원 자료를 보면)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NUREG 0555는 1978년에 제정됐고 1999년도에 이미 폐기된 기준"이라며 "1999년 10월 이후 미국에서는 NUREG 1555를 도입해서 이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안전설계를 변경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1999년도에 폐기된 기준을 적용했으면서 '최신 기술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가 법규상 정한 대로 최신 기술 기준을 모두 준수한 것인지 검토해서, 원안위의 의견까지 첨부해서 종합국감 전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또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평가서에는 반드시 주민 보호 대책을 포함해야 하는데 지금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에는 주민 보호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사장은 "초안에는 주민 보호 대책이 안 들어간다. 의견 수렴을 할 때(단계에서)는 필요 없다"고 답변했으나, 박 의원은 "규정에 분명히 '반영하여야 한다'라고 돼있다. 규정 위반"이라며 "11차 전력기본계획 공청회 때 주민들도 가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20분간 지연됐는데 항의하는 주민들,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뒷수갑까지 채워서 연행했다. 이렇게 반발이 큰 이유가 주민 의견수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정호 의원도 한수원이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알박기'를 하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국감 보도자료를 에서 "한수원은 신한울 3·4 호기 추진과정에서 2023년 9월에 건설허가가 나기 8년 전(2015년)부터 원자로 설비 및 터빈 발전기 등 주(主)기기를 선 발주하고 2023년 3월에야 계약을 체결했다"며 "인허가를 마치지 않고 주기기 제작에 들어가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자로가 안전한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건설 허가가 나는데, 실제 기기는 먼저 제작하고 설계도는 나중에 제출한 것"이라며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미명 하에 안전검증이 되지 않은 주기기를 몇 년 전에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민 안전은 물론 법령도 무시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원자력안전법상 건설허가 전 먼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는 '굴착'과 '콘크리트 공사'로 제한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안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원전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라'며 과감하게 선발주를 하라고 종용한 것은 대통령이 공기업들에게 현행법쯤은 가뿐히 무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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