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밝혀 노동부 국정감사가 시작 40여분 만에 정회됐다. 해당 발언은 여야가 김 장관의 퇴장 문제를 두고 격돌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야당 의원들은 '일제강점기 국적' 발언, 반노동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김 장관을 퇴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는 민생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김 장관의 역사관은 '개인의 양심' 문제라며 반대했다.
김 장관은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입장은 여전한가'라는 취지의 질의에 "국적은 여권에 표시되는 것 또는 사법시험을 본다든지 학교설립 과정이라든지 이런 여러 부분에서 필요한 경우 명기된다"며 "명기된 모든 사실은 일본 제국의 여권 이런 식으로 표현된 게 많이 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 기록과 당시 우리나라와 맺은 조약 또는 일본의 법률, 조선총동부의 제령, 어느 곳에서도 (선조들이)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부분은 없다. 이게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우리 조선 민족, 대한민국 민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손기정 선수께서 가슴에 일장기를 붙여도 일본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손기정 선수"라고 말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이) 일본 국적으로 기재돼 있지만 불법적인 한일 강제병합 조약에 근거해 된 것이어서 효력이 없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게 맞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그 뒤 한일협약에 의해 무효라고 했는데 이것도 양국 해석이 다르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있는데 저는 전체적인 해석 능력이나 유권 능력이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안 위원장과 김 장관 간 질의가 이뤄지기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김 장관의 퇴장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해철 의원은 "지난 8월 인사청문회 당시 김문수 장관의 태도, 역사인식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굽히지 않아 청문회가 파행됐다"며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 '세월호 농성장은 죽음의 굿판' 등 발언에 대해서도 김 장관이 "쌍용차 노동자, 유가족 또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 대한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장관이)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이야기한 부분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와 본인의 생각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고 김 장관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더 공부하고 역사적 사실과 각종 말씀을 더 공부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위원장님께서 김 장관이 명예를 훼손한 사자, 살아계신 유가족에 대해 진정 어린 사과를 할 용의가 있는지, 그리고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 발언에 대해) 더 공부하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우리 헌법과 국민 눈높이에 합치하는지 확인해 주시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늘 청문회에서 퇴장시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일제강점기 국적' 발언과 관련 "국감을 준비하면서 법무부와 외교부에 김 장관의 생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물어보고 자료를 요구했다"며 "외교부가 '한일강제병합조약은 강압적으로 체결된만큼 원천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 법통은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상해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적을 가졌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김 장관은 기본적인 노동실태 파악조차 안 했다"며 "얼마 전 윤석열 정권에서 실질임금이 상승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실질임금은 문재인 정부에서 9.3% 증가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1.3%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장관의 거짓말은 이뿐이 아니다. '주휴수당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주요국가 최저임금제도'에 따르면, 스위스, 스페인, 아일랜드, 콜롬비아, 대만, 태국, 필리핀 등 많은 국가가 주휴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김 장관이 ‘일제강점기 국적’ 발언 및 잘못된 노동정책 정보를 퍼뜨린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국정감사는 역사관을 테스트하는 자리가 아니고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위해 어떤 따뜻한 정책을 펼 거니까 거기에 문제점은 없는지 지적하는 자리"라며 "김 장관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논쟁과 반론의 여지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잠시 접고 올바른 국정감사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를 위원장님께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도 지난달 9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린 "현안질의 때 당시 장관의 발언으로 (위원장이) 밖으로 나가는 처분을 했다"며 "그때 일은 그걸로 끝나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감은 국감대로 해야 한다"며 "국감이 우선이지 개인의 양심이라고 할까 생각을 계속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이 김 장관의 입장을 확인한 뒤로도 '퇴장' 문제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안 위원장은 여야 간 논의를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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