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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내진 설계 적용" vs "취약한 퇴적층 '지진 재앙' 부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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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등급 내진 설계 적용" vs "취약한 퇴적층 '지진 재앙' 부를 수 있어"

[大위기의 시대, 새만금] ④방재와 안전, 이대로 좋은가?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한 새만금 사업은 내부토지와 담수호 등 총 409㎢의 땅을 새롭게 조성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다.

그 면적은 서울의 3분의 2에 해당하며 프랑스 파리의 4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에게 약 9.9㎡, 3평씩의 땅을 나누어 줄 수 있는 크기이다.

전체 계획면적(291.0㎢) 중에서 매립해야 할 땅은 농생명용지가 94.3㎢로 가장 넓고 환경생태용지(59.1㎢), 관광레저용지(15.1㎢), 산업연구용지(14.3㎢) 등의 순이다.

▲지난 6월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해 부안군의 한 주택가 담벼락이 부서져 내렸다.

올 3월 말 현재 매립이 완료된 땅은 103.1㎢로 전체 계획면적의 약 35.4%를 차지하고 매립이 진행 중인 용지는 13.9%에 해당한다. 1991년 11월에 첫 삽을 뜬 후 방조제 완공과 내부개발에 무게가 실리며 성토와 매립, 각종 SOC 개발에 주력해왔다.

'개발의 속도전' 이면에 간과해선 안 될 것이 바로 새만금 사업지구 전반의 '방재와 안전' 문제이다.

기존의 새만금 계획은 이와 관련해 아주 단순하게 기술(記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나 태풍 등을 고려해 충분한 매립고를 확보하고 내부 매립계획 수립 시 홍수위와 우수 계획 등을 감안해 내부침수에서 안전한 새만금이 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MP재검토 과정서 드러난 방재와 안전문제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새만금 사업의 방재와 안전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이 진행 중인 '새만금 내부개발(MP) 재수립' 용역은 최근의 기후변화 전망을 고려해 내부용지의 안정성 문제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록적인 폭우 발생이 증가하고 해수면 상승 속도 증가 등 변화하는 여건에 대응해 '새만금 내부개발 안정성과 치수능력 강화 방안'을 담아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까닭이다.

▲올해 6월 18일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관계기관 합동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 중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과업 수행 일정표 ⓒ프레시안

현재 진행 중인 '재검토 용역'은 최근의 강우와 조위 패턴은 물론 새만금 토지이용 변화와 향후 계획 등을 반영해 기존의 홍수량과 홍수위도 재검토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새만금 방조제 수문 운영계획과 연계해 치수역량 강화를 위한 방류능력 확보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새만금 MP의 재수립 용역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1차 과업이 진행 중이다. 대내외 여건 변화 검토와 핵심이슈 도출, 비전과 목표 설정, 공간구조와 토지이용구상, 주요 계획지표 설정 등이 1차에 포함돼 있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말까지 1년 동안 진행될 2차 과업은 주로 권역별 개발과 부문별 계획, 향후 사업추진 방향 등을 담을 예정이다. 바로 2차 과업에서 '새만금 방제' 문제가 용수와 에너지 공급, 하수처리시설, 폐기물 처리 등과 함께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새만금개발청(청장 김경안)은 지난 5월 하순에 호우·태풍·폭염 등 여름철 자연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만금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관계기관 협력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고 있고 극한 강우와 강한 폭염 등 극한기후가 앞으로 매년 장마철에 반복될 우려가 있어 인명과 재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새만금개발청은 당시 산사태와 하천 재해·침수피해 등 이른바 '행안부 3대(大) 인명피해 유형'에 대한 각급 기관의 여름철 자연 재난 대비계획을 공유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 4월에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국토부)'이 개정되어 지하차도 등에서 침수심 15cm이상이 될 경우 즉시 통제하도록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남북·동서도로 내 지하차도와 우회로 등에서의 침수와 월류에 대해 철저한 관리 방안 마련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만금청과 관계기관의 선제적 대응에 따라 극한호우가 내렸던 올 7월 중 새만금 지역 내 최악의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부안지진'이 새만금에 보내는 경고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올해 6월 12일 4.8 규모의 지진이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것을 계기로 새만금 지역이 일반 육지보다 지진에 취약해 정부 차원의 정밀 조사와 함께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만금개발청은 이와 관련해 "제방·교량·수문을 비롯해 동서·남북도로에 내진 1등급을 적용해 설계했고 방조제와 배수갑문은 각각 리히터 규모 6.5와 6.9 이상으로 준공돼 내진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지난해 7월 장수에서 규모 3.5 지진 발생과 12월 규모 3.0 지진에 이어 올해 2월 익산 규모 2.0 지진 이후 6월 부안에서 규모 4.8, 규모 3.1 지진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지진이 잦아지고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어 지진 안전지대로 불리던 전북자치도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부안 지진만 해도 국가유산과 면사무소 등 공공시설 30건을 포함한 전북지역 내 1540건의 피해가 접수되었다.

윤동욱 전북특별자치도 도민안전실장은 "부안 지진을 계기로 지진 대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신축 건축물 등 내진설계 강화 적용과 기존 공공시설물 등에 대해 내진성능평가 및 내진보강사업을 조기 추진해 시설물에 대한 내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자치도의 대응과 달리 부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새만금 지역의 우측을 지나가고 있어 새만금이 향후 지진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연약한 퇴적층 위에 세워진 건물 '불안' 잠재

오창환 전북대 명예교수(새만금 도민회의 공동의장)는 지난달 25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열린 '새만금 MP에 대한 전북 시민사회어민단체 제안' 토론회에 참석해 "새만금 지역의 암반은 퇴적물로 덮여 있으며 퇴적물의 깊이가 깊은 곳은 40m를 넘는다"고 주장했다.

오창환 교수는 "이들 퇴적물은 아직 암석이 되지 않아 포항지역의 연약한 암반보다 더 지진에 취약하다"며 "깊은 퇴적층과 매립지와 같이 지반이 약한 지역에 지어진 공장이나 건물은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오창환 교수는 "현재 모든 매립이 완료된 곳의 매립토 성상을 확인하고 매립 지역별 암반까지의 퇴적물 깊이 자료를 확인하는 등 다양한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단층과 지진에 대한 안전성 조사가 완료된 후 새만금의 추가 매립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열린 '새만금 MP에 대한 전북 시민사회어민단체 제안' 토론회의 모습. 새만금 방재와 안전 문제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우려를 제기했다. ⓒ프레시안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도 이날 "연약지반 위에 매립한 땅은 지진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갯벌과 바다, 강 바닥을 퍼올려서 매립지를 만드는 것은 크나큰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매립한 수변도시의 경우 부지 면적의 50%를 축소하고 이미 매립된 부지의 준설토로 매립고를 상향한 후 준설 부지는 연합 습지공원으로 친환경 개발을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땅부터 보여주자는 '매립 속도전'의 낡은 경로를 벗어나 원형지 보전과 상시 해수유통 확대를 통한 '민관협치, 부분집중, 완성형 개발'로 나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도민의 이익을 키우는 지속가능한 새만금 대전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새만금 환경과 안전 문제는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반드시 검토해야 할 핵심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이 국토부에 제출한 '새만금 SOC 사업 적정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 검토와 관련한 '사업추진상의 위험 요인'으로 환경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성'의 경우 "주무부처는 성토 등 공사 시 지형과 지질, 동식물상, 소음·진동 등에 대한 영향평가를 시행했으나 각 항목별로 적절한 저감대책을 수립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사업부지 인근에는 철새도래지인 금강 하구둑와 옥구 저수지가 위치하고 있다"며 "공항 건설·운영 시 철새도래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문제와 안전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새만금 SOC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과 관련한 환경과 안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폐쇄적 논의 구조 벗어나 '도민 협의'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기후 재앙에 대비하는 새만금 방재 등 전반에 걸쳐 '열린 논의 구조'를 강조한다. 지금과 같이 폐쇄적인 MP 재수립이 아니라 도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와 전북·도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MP 재수립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래야 새만금 환경성 문제를 포함한 방재와 안전 등 포괄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제안하는 '새만금 거버넌스의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자치분권에 기반한 주체적 전환을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전북 시민사회의 자체 개발 비전과 지속가능한 플랜 마련을 위한 원탁회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또 전북자치도 주도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국회·지방정부·새만금개발청·시민환경단체 등을 포괄하는 가칭 '새만금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운영해 공론화 기능이 더해지면 지역민과 함께하는 민주적 거버넌스의 위상이 높아지고 정부 결정에 대한 수용성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위기의 시대를 맞는 새만금은 내부개발과 매립 뿐만 아니라 방재와 안전 문제까지 포괄적인 '열린 구조'를 통해 해법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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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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