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박빙의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하는 것은 곧 전쟁을 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을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뜨렸던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인사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것을 구실로 공세를 이어갔다.
9일(이하 현지시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포기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의 팟캐스트 '풀센드'(Full Send)에 출연해 "중국은 우리와 전쟁을 원하지 않고 러시아도 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이 전쟁에 휘말리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스뉴스 출신의 언론인 터커 칼슨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직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레온 페네타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다"며 해리스의 당시 연설이 네오콘과 CIA에 의해 작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은 반전(反戰) 정당이었고 친 헌법 정당이었다. 월스트리트에 반대하고 서민을 대표하는 정당이었다"며 "그런데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30%의 부를 가지고 있고 바이든을 지지한 사람들이 70%의 부를 챙기고 있다"고 말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인 털시 개버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8일 터커 칼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지난 6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유권자들이 결정을 더 쉽게 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아직 확신하지 않은 민주당 당원들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메시지를 전한다"라며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동에서 잘못되어 온 모든 일의 설계자인 딕 체니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버드 전 의원은 해리스가 체니 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딕 체니, (딕 체니의 딸인) 리즈 체니, 해리스의 글을 읽으니 역겨웠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해리스에 투표하는 것은 딕 체니,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전쟁광들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전쟁을 지지하는 투표이며,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자유를 더 많이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버드 전 의원이 이렇게 강한 표현을 쓰며 이들을 비난한 배경에는 본인이 이라크에 참전했었던 군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버드 의원은 "많은 분들이 저처럼 중동에서 봉사하셨을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딕 체니 때문에 누가 그 전쟁에서 죽었는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시절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과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대표적 네오콘 인사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WMD)가 있다는 명분으로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으나 실제 WMD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고 이후 이라크 내부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미군 역시 적잖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2003년 3월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2011년 12월 미군이 철수하면서 마무리됐는데, 영국에 본부가 있는 비정부기구 이라크 보디 카운트(IBC)에 따르면 8년 9개월 동안 미군 사망자는 4487명에 달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중동 문제 개입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이 높아졌고, 결국 부시 정부는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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