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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12번째 정상회담도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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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12번째 정상회담도 '빈손'

'사과와 반성' 요청도 응답도 없는 마지막 만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12번째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관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인 반성과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1박 2일 일정으로 6일 방한한 기시다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모두발언을 통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로 함께 노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관한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당부한 것이지만,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쟁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우회적 요청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과거사 현안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대의 노력을 계승해 미래를 향해 한국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의 큰 결단 이후 도쿄 정상회담에서 우리 둘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많은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1998년 일한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담긴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대한 계승 입장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사과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5월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선대들의 노력을 계승하면서 미래를 향해 윤 대통령 및 한국과 협력을 해나가는 것이 일본의 총리로서 책무"라며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 드린 바 있다"고 했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곳 서울에서 저는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고도 말씀드렸다"며 과거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회담 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시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정부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있단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차장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여전히 양국 간 어려운 현안이 존재하나, 발전과 전향적 자세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양국 미래 평화 번영을 위해 지도자가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차장은 또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직접 연계돼 있지는 않지만 지난 5일 우리 정부는 일본 측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가 담긴 19건의 자료를 전달받았다"며 "승선자 명부 입수를 위해 지난 수개월 간 일본 정부와 교섭을 진행해 온 결과"라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이는 2007년 일본이 강제동원 군인 군속 관련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한 이래 17년 만에 강제동원 희생자 문서를 제공한 사례"라며 "향후 관계 부처를 통해 명부를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상 파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고별 방한'에 한일관계 개선 자평

임기 중 마지막 만남인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한일관계 개선에 비중을 뒀다.

윤 대통령은 "총리께서 임기를 마치기 전에 다시 서울에 와서 한일 관계 발전에 대한 굳은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총리 방한을 계기로 그간 한일 양국이 거둔 성과를 돌아보며 미래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두 사람의 견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난 한 해 반 동안 한일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며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정부 간 협의체들이 모두 복원됐다"며 "이러한 한일 관계 개선은 역사적인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력을 체계화하고 심화시키는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내다보면서 양국 간의 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방향을 확인하고자 한다"며 "크게 도약한 양국 관계의 과실을 양국 국민이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발표한 '통일 독트린'에 지지를 표하며 "이 독트린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국제사회의 제반 과제에도 일본과 한국이 적극적으로 공조할 수 있고, 국제사회도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선 제3국에서 양국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를 체결했다.

김태효 차장은 "제3국에서 양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작년 4월 수단 쿠데타 발생 시, 10월 이스라엘 하마스 사태 발생 시 한일 양국이 재외국민 긴급 철수를 위해 협력한 사례를 기초로 우리 측이 먼저 한일 간 공조를 제도화하자고 제안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8개 항으로 이뤄진 각서 내용과 관련해선 "제3국에서 위기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위해 협의하고 평시에도 위기 관리 절차, 연습, 훈련에 관한 정보와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등 제3국 내 자국민 보호와 관련된 양국 간 협력 사항을 담고 있다"고 했다.

김 차장은 또 "한일 간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 (사전입국심사제에 따른) 출입국 간소화 등의 협력 사례는 지난 1년 반 동안 협력 확대를 통해 축적된 양국 간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전 입국 심사제와 관련해 "일본 법무성이 먼저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고 알려다"며 "상대방 국가에 심사관을 파견해 출국 전에 간편하게 입국 조사까지 마치는 절차를 일본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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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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