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지인X 다 깨셨나요?", "맨 위 3명 빼고 다 클리어", "XX는 5분이 최대다 ㄹㅇ", "진짜 명작이네", "중간중간에 딥페이크 있는 게 제일 XX다", "다들 잘 써주셔서 감사해요"
여성 지인의 사진을 합성(딥페이크)한 불법 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들이 성범죄물을 활용한 '리듬게임'까지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여성을 더욱 착취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발전시키기 위해 토론까지 진행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를 완수하고 자랑하는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딥페이크 성범죄를 유흥 그 자체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텔레그램에 개설된 "지인 COCKHERO(콕히어로) chat" 단체채팅방에 참가한 수백여 명의 가담자들은 채팅방 내에서 여성 지인의 사진을 올리거나 관리자에게 직접 영상을 제공한 뒤 딥페이크 합성 프로그램과 게임 제작을 위한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콕히어로'라는 리듬게임을 제작해왔다. 해당 게임은 일부 해외 포르노 업체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포르노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장르물이다. 국내 제작물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으며,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게임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제작한 게임 영상을 보면, 처음에는 여성 지인의 일상 사진을 천천히 보여주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딥페이크를 활용해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사진으로 전환하고, 영상 말미에는 해외 포르노와 합성한 영상을 여러 개 나열하는 방식으로 십여 분에 걸쳐 여성을 착취한다. 가해자는 음악과 게임 하단에 표시되는 박자에 맞춰 영상 속 여성을 보고 자위행위를 하며, 영상이 끝날 때까지 지속하면 게임을 완수했다고 판단한다.
가해자들은 이 과정을 '콕챌(콕히어로 챌린지)'라고 이름 짓고 제작물과 참여 후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성착취를 이어간다. 제작자들은 또한 여성을 더욱 착취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 '토론방'을 개설하고, 여성 피해자의 외모나 착취의 정도를 평가해 난이도를 매겼다. 그 과정에서 "여성 지인의 사진과 영상을 많이 줄수록 품질이 좋아진다"며 가담자들에게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게임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배경엔 여성을 수단으로 명예욕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가 있다. 이들은 "난이도 최상도 있나요?"라는 가담자의 질문에 "생각하시는 모든 것 다 제작 가능하다"며 으스대거나, "잘 썼다", "좋았다"는 칭찬에 "다들 잘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한다. 더 많은 가담자들에게 칭찬을 듣고자 "내 지인으로 만든 콕히어로 하고 후기 좀 말해달라"고 보채기도 하며, 이용자들은 "3명 빼고 다 클리어했다"는 등 착취를 업적으로 여겼다.
가해자들은 미성년 여성들을 착취하는 데에도 거리낌 없었다. 피해 여성 중에는 중·고등학생 미성년 여성이 가장 많았으며,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두고 "하교할 때 납치해서 성노예 만들고 싶다" 등 온라인을 벗어난 범죄를 모의하기도 했다. 또한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다니는 학교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 신상을 공유하고 채팅방 내에서 겹지(겹치는 지인)와 '지인능욕' 채팅방을 찾아다니며 추가 가해를 저지르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처럼 게임 형식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콕히어로 채팅방은 폐쇄와 신설을 반복하며 계속 존재해온 것으로 보인다. 한 가담자는 "혹시 여기 예전 콕히어로 자료 가지고 있는 분 있나요"라고 물었으며 다른 가담자는 채팅방에 올라온 성범죄물을 보고 "예전에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이 취재한 이번 채팅방의 경우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활동이 적었던 가담자들을 퇴출하다가 끝내 폐쇄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채팅방 내부에서 가장 많이 성착취물을 유포하며 피해자의 이름·나이·주거지·학교·사진 등을 수집하던 제작자의 계정은 여전히 텔레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언제든 집단 성착취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딥페이크를 게임과 연계해 여성들을 집단 성착취하는 배경에는 여성을 유희거리로 소비하는 남성문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결과물을 남성연대 안에서 같이 즐기고 전유하는 유희의 형태라는 면에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여성 폭력과 구조가 같다"며 "성범죄가 남성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고 성폭력을 더 많이 저지를수록 자랑할 수 있는 남성연대 속 강간문화가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범죄를 인지하고 증거를 수집해도 텔레그램이 수사 협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를 붙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성범죄 공모 혐의로 텔레그램 대표를 수사하는 프랑스나, 시장에서 텔레그램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텔레그램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알려져있는 상황에서, 현재 학교 성교육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상균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소장은 "현행 공교육기관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의 대다수는 아직도 웹하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딥페이크 성범죄를 설명하는 강의안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강사들의 인식도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경찰에 신고된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사건 피해자 527명 중 315명(59.8%)이 10대였다. 딥페이크 피해자 열 명 중 6명이 미성년인 셈이다.
고 소장은 "현 사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우려하며 "정부, 수사기관, 교육기관, 민간기관 등 민관을 가리지 않고 논의를 함께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