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국회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며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만한 중재와 타협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원 연찬회 보고를 통해 한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한 정부·대통령실에 대해 다시 한번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한 대표는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 증원이 필요하단 점에 대해선 많은 분이 동의하고 저도 동의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절대적 가치인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불안감을 고려하면서 나가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이 진행한 '의료개혁 관련 정부 보고'에는 개인 외부일정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정부 측은 '현재 의료대란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며 '의대정원 증원규모를 지금와서 바꿀 순 없다'는 원칙을 강조, 사실상 한 대표의 중재안을 전면 거부한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한 대표는 정부 측이 현행 응급의료체계 상황과 관련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저는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당국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며 "당국의 판단이 맞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고 보시는 분들도 대단히 많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은 아니잖나"라며 "그런 면에서 저는 그런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의정갈등을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과 본인이 당정갈등을 겪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선 "이건 당정갈등 프레임으로 갈 문제가 아니"라며 "누가 옳으냐에 집중하기보다,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그는 "그게 제 말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라면서도 "더 좋은 돌파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앞서 전날 본인 SNS를 통해서도 자신이 제안한 대안의 내용을 상세히 밝히며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써 중재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벌였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제가 평가할 일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의 이날 국정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생중계는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보여준 회견이었다"고만 짧게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 '외압이 없었다는 실체가 드러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는데, 한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잘 못 봤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 그런 것에 대해 평가하신 거라 생각한다"고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과 국민의힘 실무진은 오는 9월 1일로 확정된 양당 대표 회담에 '의료대란' 문제를 올릴 것인지 여부를 두고 엇갈린 발표를 했다. 민주당은 '올리겠다'고, 국민의힘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인데,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이와 관련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대표는 "중요 이슈에 대해서 서로 간에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몇 가지 설정되는 (의제) 내용 중에서 합의되지 않았다는 거지,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께서 제게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듯 제가 말할 것도 이 대표가 막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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