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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특별법'은 학교를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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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이초 특별법'은 학교를 바꾸지 못한다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교사의 권한 행사의 정당성은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에서 나온다

교사노조연맹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서이초 특별법'을 입법하겠다고 나섰다. 서이초 특별법이란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아동복지법 등에 대한 개정안으로 '교권 6법'으로도 불린다.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1주기가 되었음에도 교육 현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는 2023년 교권 침해 상담이 약 500여 건으로 2022년도와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조 연맹 등 교원단체들도 '학교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교권 3법(아동복지법, 학교안전법,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의 추가 제·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른바 '교권 4법'이 빠르게 개정됐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제정됐는데도 왜 학교 현장은 바뀌지 않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평가와 논의 없이 '교권 강화'라는 비슷한 방향성과 접근법을 취하는 정책을 서두르는 것이 적절할까? 게다가 현재 제안된 '서이초 특별법' 중에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고 정당화하는 내용이 있어서 우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입법의 방향이 문제

지난해 개정된 교권 4법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그리고 이번에 발의된 서이초 특별법은 그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를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교사의 재량권(생활지도권) 등을 명시하며, 교사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아동학대로 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이 중 교사의 안전을 위한 조항이나 민원 체계 정비 등의 내용은 현재 상황에서 꼭 필요하고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고소·고발·민원이 발생했을 때 방어하거나 우회할 수 있게 하는 취지라는 한계가 있다. 가령, 현행법으로도 교사가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다면 아동학대죄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책임을 따지게 되는 부적절한 상황이나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분쟁 와중에 아동학대를 하지 않은 경우 또는 아동학대 여부가 애매한 경우에도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일이 많고 신고되는 것 자체가 교사 개인에게 큰 부담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이 법안들은 고소·고발 이후의 판단에서 교사에게 유리한 법적 기준을 넣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 학교 상황의 문제는 교사 개인이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고, 그러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지원 인력이나 협력 체계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이야말로 여러 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사를 어렵게 만든다. 간단한 통계만 보더라도 교육 여건의 문제가 드러난다. 2023년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중등학교 각각 16.1명 13.3명으로 OECD 평균(초등 14.6명, 중등 13.2명)보다 많은 편이다. 학급당 학생 수도 20명 이상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고 과밀학급 비율도 낮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로 자연히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교사 개인이 학생들을 책임지도록 요구받는 현실을 증명하듯 정부는 2027년까지 신규 교원 선발 수를 30%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학생 교육과 관리 등을 교사 개인이 책임지는 '독박교실'의 형태를 유지한 채, 그저 법적 분쟁이나 소송에서 교사에게 유리함을 주는 '교권 강화 법'이 교사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서이초 특별법'에는 포괄적인 아동의 인권에 관해 우려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정서적 학대의 정의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축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하며, 정서적 학대의 정의를 축소시키고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법 개정 내용은 "아동이 학대에 노출되더라도, 쉬이 학대로 판단되지 아니할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아동복지법에서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축소시키면 이는 학교 현장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사의 재량을 넓히거나 분리 조치 등을 폭넓게 허용하려는 법 개정에는 학교 현장에서 더 많은 다툼과 갈등을 불러올 위험성마저 있다.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대구덕인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여름방학을 마치고 등교한 학생들이 선생님과 방학 이야기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리적 제지' 허용 이전에 학생인권법 필요

또 다른 우려되는 내용은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 허용이다. 법안에서는 교사가 긴급한 상황에서 학생에게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게 하며, 필요한 경우 교실에서 내보내는 등 분리 조치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것이 학생의 신체의 자유나 교육권 등을 제한하는 조치임에도 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오남용을 예방하려는 고민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리적 제지와 분리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은 교사가 일종의 공권력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공권력인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한다. 그런데도 경찰의 폭력 행위와 인권 침해는 만연해 있다. 지난해만 해도 경찰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1,519건 있었다. 이렇게 절차와 규정이 자세하게 정해져 있음에도 인권 침해와 폭력 행위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그런데 '서이초 특별법'에서 '물리적 제지', '분리 조치', '정당한 생활지도' 등의 정당성은 규정은커녕 교사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학생의 자유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정당한' 것이 되려면 그 전제로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은 서이초 특별법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논평에서 "현 개정안에는 교사의 물리적 제지를 폭넓게 정당화하려는 내용만 있을 뿐 요건의 엄격성에 대해서는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생활지도 고시가 공포된 이후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긴급한 경우가 아님에도 학생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이 교실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학생의 인권과 이를 지킬 학교의 책무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로 교사의 재량적 조치만 넓히는 것은 인권 침해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 구조가 있어야만 교사의 권한 행사의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교권 강화'라는 잘못된 표지판부터 떼내야 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지난 2023년 8월 "'교권 강화'라는 잘못된 표지판부터 떼내야 한다"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바로가기) 교사의 삶이 바뀌기 위해선 '교권'이라는 모호하고 반인권, 비민주적으로 사용되는 탄압의 언어를 떼내야 하는 것이다.

여러 번 말했지만 교권은 제대로 정의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다. 교권이 교육권을 지칭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교사의 직업적 권한이나 교사의 권위라고 해석하는 예도 있다. 교사의 정치적 권리나 신분상의 권리로 언급하기도 한다. 교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상황이 혼재돼 있는 상태에서 마치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결국 무수히 쏟아지는 '교권 강화 법'들이 의미 있어 보여도, 결국 그 입법 취지와 맥락이 '교권'에 머물러 있다면 학교의 문제와 구조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지금의 '서이초 특별법'으로는 2025년에 2주기가 돌아와도 학교와 교사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직업적 권한을 인권보다 우선하거나, 과거처럼 강압과 물리력으로 학생을 통제하는 행위는 결국 교사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보다 학생의 권리를 퇴행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공생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다른 관점과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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