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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자격? 독일 아비투어를 통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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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자격? 독일 아비투어를 통해 묻는다

[독점과 쏠림이냐, 포용과 분권이냐] 독일 대입 자격시험 아비투어의 시사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 30년(1994년 첫 시행) 동안 한국의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해 2023년 27조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의 N수생(재수생 이상 응시자 및 검정고시 합격 후 응시자) 비율도 35.2%로 역시 최고치였다. 서울과 지역 교육의 격차도 매년 커져 수학 1등급의 서울 대 지방 비율은 2024년 현재 3대 1을 기록했다.

극한 경쟁 교육으로 한국 청소년들의 삶은 불행하다. OECD가 조사한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주관적 행복감은 22개 국가 중에서 꼴찌(22위)로 나타났다. 대학 입시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 교육의 전면적인 혁신이 불가피한 이유다.

독일 대학입학자격시험인 '아비투어'는 절대 평가, 전과목 논술시험 등 수능과 여러가지로 정반대 성격을 갖고 있다. 이는 19세기초 인문학적 교육 개혁에 의해 자리 잡은 2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정립된 시험이다. 그런 점에서 수능 개혁과 관련해 참고해야할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편집자

아비투어: 대학생의 자격

대학생의 자격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수능고사에 해당하는 독일의 아비투어는 1788년 프로이센 국왕의 칙령으로 제정되었다. 당시 독일에서는 자기 자녀를 가능한 한 이른 나이에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의 열망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던 시기였다. 원칙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입학 전 개별적으로 교수들을 만나 대학수학 능력을 검증받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검증과정에서 탈락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교수들의 사례가 학생들의 수강료로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수학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하여 수업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수가 증가하였고,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제도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독일 고등교육위원회는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졸업을 앞둔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수학능력을 준비시키고 그 결과를 측정하는 시험을 치르게 하여 대학입학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이 바로 아비투어의 시작이다.

인문주의적 개혁(19세기 초)

독일의 근대 대학교육은 빌헬름 폰 훔볼트(W. von Humboldt, 1767-1835)의 개혁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 나폴레옹 전쟁의 참패 이후 국가적 개혁이 절실했던 독일은 1809-1810년 훔볼트의 주도하에 교육 개혁을 추진하였다. 훔볼트의 인문주의적 교육 이념은 자율적인 개성과 성숙을 존중하는 “계몽된 시민”과 정의, 평화, 문화를 존중하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데 목적을 두었고, 실용적 지식이나 직업 교육 대신에 전인적 도야를 가능케하는 교육 체제를 수립하고자 했다. 따라서 대학수학의 자격을 측정하는 아비투어는 이러한 인문주의 개혁안에 맞춰 수학과 언어 교육, 특별히 학문적 연구의 기반이 되었던 고전어(라틴어, 그리스어) 교육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인문주의 교육의 수정

훔볼트의 인문학적 교육개혁에 따라 독일의 아비투어는 독일 고등교육을 위한 관문으로 자리잡았고, 거시적 차원에서 지금까지 그 이념은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역사 속에서 인문주의적 아비투어에 대한 논쟁과 수정작업이 이루어졌다.

1) 고전어의 비중에 대한 논쟁: 아비투어의 다양화

훔볼트의 인문주의 교육개혁에 따르면, 아비투어에서 고전어(헬라어/라틴어)에 대한 비중은 상당한 것이었다. 점차 고전어의 지나친 비중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반론에 국왕도 동참하였다. 1890년 빌헬름2세는 교육의 목적은 “젊은 로마인이나 그리스인 양성에 있지 않고 독일인 양성에 있다”라며 고전어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경계하였다. 그리하여 아비투어를 준비하는 중등교육형태가 3-4가지 형태로 분화되었다. 즉, 모든 학교가 국어 논술과 수학 시험을 공통과목으로 치르되, 기존의 라틴어와 헬라어 고전어 시험을 치르는 (고전적) 김나지움, 고전어 대신에 현대 언어(영어/불어)에 더 큰 강조점을 둔 레알김나지움, 자연과학 과목의 시험비중을 높인 오버레알슐레, 독일의 역사와 지리에 강조점을 둔 독일 오버레일슐레로 다양화되었다.

2) 본 개혁안

19세기 훔볼트의 인문주의 교육개혁 이후 아비투어와 관련한 가장 대대적인 개혁안이 1972년 서독의 수도 본(Bonn)에서 마련되었다. 본 개혁안은 첫째, 김나지움, 레알김나지움, 오버레알슐레, 독일 오버레알슐레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었던 중등교육과정을 9년제(5학년-13학년) 교육과정으로 통합시킴으로써 아비투어도 통일된 형태로 시행하게 되었다. 둘째, 아비투어 최종성적을 아비투어 준비반(12-13학년 자격과정)의 학업성적(내신성적)과 아비투어 시험성적을 합산하여 산출하게 함으로써 아비투어 시험에 대한 지나친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이뤘다. 셋째, 개인의 관심영역과 수월성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개인의 관심분야를 살릴 수 있도록 전체 3영역으로 과목을 구분하여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학점제도를 도입했고, 과목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아비투어 시험과목 중 자신의 수월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과목(성취과목)의 성적에 가중치를 반영함으로써 개인의 수월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였다.

3) 8년제와 9년제 교육과정

독일의 중등과정인 김나지움의 교육과정은 9년(5~13학년)과정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 공식적인 동서독 통일 후 8년(5~12학년)으로 전환되었다. 그 이유는 첫째, 구동독이 그동안 12학년제로 중등교육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고, 둘째, 유럽 국가 대부분의 중등교육기간이 12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과거의 9년 과정으로 회귀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학생들에게 지나친 학업부담을 주고 있다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우려 때문이다.

아비투어의 시사점

첫째, 아비투어는 대학생 선발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고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을 측정하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대학공부를 위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평가제도다. 비록 등급에 따란 차별화된 성적이 주어지지만 그것은 대학입학을 위해 전체 입학생을 줄세우는 우리의 평가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전체 6등급의 성적 중 5등급 이상이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으로 인정된다.

둘째, 아비투어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면서 인문주의적 가치관과 교육철학 위에서 정착되었다. 비록 인문주의적 이념에 대한 뜨거운 논쟁과 수정이 있었지만 독일의 아비투어는 인문주의적 전통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인문주의 전통은 학문의 실용성보다 전인적 도야(교양)를 추구한다. 현실에 대한 실용성을 추구하는 학문은 진정한 학문으로 발전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길러낼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아비투어는 정해진 답을 선택하는 방식의 시험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글과 말로 서술하는 방식의 시험이다. 보통 필기시험은 과목당 3-4시간이 주어지고, 구술시험도 20-30분 준비시간이 주어진 후 20-30분 동안 평가자와 대화를 통해 시험을 치른다. 학생은 스스로 아비투어 시험과목을 선택하고 준비해서 시험을 치른다. 아비투어는 각 주(州)정부에 의해서 치러지는데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진행된다. 우리처럼 한날 한시에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제도는 인간사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로서, 안주하거나 고정시켜서도 안 되지만, 쉽게 변화시켜서도 안 되는 포괄적이면서 복잡한 제도다. 독일의 아비투어는 독일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선발하고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아비투어의 역사를 고찰하며 독일사회가 가지고 있는 견실한 학문적 토대와 자신의 근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견실한 토대가 조속히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6일 대구 수성구 수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칠판에 수능 각오를 다지는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이 연재는 공공선 거버넌스(원장 강치원)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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