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발전재단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서울대생 가족임을 드러내는 차량용 스티커를 배포해 논란이 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해당 스티커 배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려 깊지 못한 사업으로 논란을 자초한 서울대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이와 같은 행태에 경계를 세우고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학벌없는사회는 "이번 굿즈(기념품)는 입시 성공의 정점으로 치부되는 서울대 로고를 활용해 그 보호자에게 '자식의 입시 성공은 부모의 업적임을 마음껏 과시하라'고 부추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권위가 과거 특정 대학 합격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에 대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수차례 권고한 사례를 소개하며 "특정 시기에 선점한 대학 이름으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능력과 노력보다 특권과 차별이 일상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그간 인권위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행태에 엄중하게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굿즈 아래를 도도하게 흐르는 학벌주의에 맞서 건강한 가치를 싹틔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학벌없는사회 굿즈를 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학교발전재단은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대 재학생의 부모들에게 "PROUD PARENT", "'I'M DAD' 등 서울대 학생 가족임을 나타낼 수 있는 차량용 스티커를 소개하며 "아래 신청하기 버튼을 통해 정보를 입력해주시면 SNU Family 스티커를 보내드린다"고 안내했다. 신청 링크를 통해 자녀의 이름과 학과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학부모는 해당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서울대가 학벌주의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에서 학생회가 학교 로고 등을 이용해 학생을 위한 기념품을 제작하는 일은 일상적인 편이지만, 대학교가 재학생 가족들을 위해 기념품을 제작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과학교육 전문업체 '과학과 사람들'을 운영하는 원종우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갈수록 더해가는 후진국형 계급주의적 천박함, 이미 성인인 서울대생을 양육해낸 부모임을 자랑함으로써 자식을 철부지로 만들면서 그걸 인지조차 못하는 사고의 수준, 이 모든 것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공식화해낸 재단 측의 발상과 실행의 촌스러움까지.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이 나라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재단 측은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고취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배너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내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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