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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주 환원, 밸류업인가 부스트업인가?

[국회 다니는 변호사] 상법·법인세법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앞으로 3회에 걸쳐 우리 사회의 기업과 주주의 문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적 논쟁이 한참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나, 또 그만큼 익숙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진영논리로 접근해서는 현명한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주식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모든 주식투자자들은 한결같이 그 기업의 가치라고 답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가치평가(Valuation)를 해야겠죠.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기업의 자산 또는 이익의 수준을 통해 결정될 것입니다. 기업의 실체는 곧 기업이 가진 부동산, 현금, 무형의 이익(지적재산권과 로열티 수입)이니까요. 그리고, 그 부동산(고정자산 등), 현금(유동자산), 무형의 이익을 통해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자산을 형성하는데 투자한 주주(Shareholders)또는 채권자(Creditor)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주는 당연히 기업의 최초 모험창업가(창업주)와 함께 한 여러 투자자들일 것입니다. 또는 주식의 유통과정에서 기업의 가치를 보고 매입한 '투자자=주주'들이겠죠. 투자자들은 당연히 자신이 투자한 수익의 일정률을 보상 받기 위해서 투자합니다. 기업이 잘 되면 몇 배 최소 몇십 배를 벌 수도 있는 것이고, 반대로 망하면 자신이 투자한 자본을 모두 날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투여한 자본의 이상을 손해보지는 않습니다. 이는 대주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것이 100%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투자자는 각 투자의 결정에서 모두 자신이 투여한 자본 대비 주식에 비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그 의결권의 수를 합치면 곧 회사의 ‘총합’의 의사결정이 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와의 가장 큰 차이겠죠.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투자를 해야 손실이 없습니다. 우선 자기자본대비 당기순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그 기준입니다. 100원을 투자했는데, 회사가 어떻게든 10원을 남겼고, 연간 10원을 가져갈 수 있다면 10%의 수익률인 것이죠. 물론, 상법상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을 제한 금액을 고려한 금액이니 실제는 이보다 낮을 것입니다. 최소한 이 수익률이 은행이자율보다는 높아야겠죠. 그리고, 투자자입장에선 실제 주가대비 회사 1주당 당기순이익(PER, Price-Earning Ratio)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투자한 금액 대비 당기순이익이 높다면 이 수치가 낮아질텐데, 이런 회사가 좋은 회사인 거죠.

아울러 장부상 순자산가치(PBR, Price Bookvalue Ratio)도 중요하죠. 당장 회사가 청산했을 때, 가치를 따진다면 그 회사의 순자산이 얼마인지에 따라 주주환원이 결정될 테니까요. 또한 기업의 M&A(인수·합병)과정에서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기업의 시장가치(EV, Enterprise Value)를 세전영업이익(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으로 나눈 EV/EBITDA수치도 고려하기도 합니다.

요컨대 주주에게 많이 남길 수 있는 영업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영업이익이 배당 또는 그 회사의 주가로 반영된다면 그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미국 회사들 중에 이런 기업들이 많죠. 코카콜라, AT&T, Walmart등 전통적인 기업들의 경우 주주배당액이 통상 꾸준히 연간 3~6%수준입니다. 미국 중산층들은 이런 배당주 투자로 평안한 노후생활을 보내는 플랜을 고려합니다. 또한 자기발행주식(자사주)을 매입해 이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기도 합니다. 이익은 났는데 전체주식수가 줄면, 실제 시장가치가 높아지죠. 이렇게 배당과 자사주매입 후 소각이 이루어지면 실제 몇 년 지나면 주주입장에선 투자금 대비 수익률을 톡톡하게 거둘 수 있는 거죠. 반면 미 IRA법은 이러한 자사주 매입후 소각정책에 대해서는 1%의 excise tax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배당보다 자사주매입은 주주환원에 미흡하다는 것이죠. 실제 경제효과를 일으키기 보다, 회사의 주가부양에만 오히려 치중하게 된다는 논리죠.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것은 이 정책입니다. ROE를 높이면서 아울러 주주배당·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높여줄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한 기업들에게는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주주환원이 직전 3년대비 5%초과, 초과분에 법인세 5%세액공제)도 부여하고,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도 낮춰준다는 것(금융소득 연 2,000만원 이하, 14%→9%, 2,000만원 초과시 45%→25%)입니다. 이에 더해 최대주주 주식양도시 할증평가(+20%)제도도 폐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천명하고 나섰으니,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의 낮은 주주환원율을 선진국에 근접하게 끌어 올려보자는 것이죠.(최근 10년 평균, 대한민국의 경우 26%, 선진국 평균 49.5%, 미국 42.4%, 일본 36.0%, 블룸버그, 삼일PWC경영연구원 자료)

반면 이러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노력에도, 이러한 정책이 실제 한국 기업에 유효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문화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이 우선시 돼왔고, 반대로 그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 내지는 기관투자자의 이익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투자금보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기업의 운영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 할 수 있는 방법은 수십 가지 이상은 될 것인데,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회에서 이러한 주주의 상호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법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학개미' 현상의 이유이죠.

단적인 사례가 ①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불공정 합병비율,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민연금의 합병비율 승인 문제 ② 최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과 물적분할 문제 등에서 보듯, 합병/분할과정에서의 전체 주주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소들을 이사회에서 감독하거나,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했지만, 이것들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유효한 영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죠. 이것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기업거버넌스 개혁에 대해서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여러 개혁을 시도했죠. 다만 유효하게 개혁이 이루어진 것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반대담론으로 '부스트업' 정책을 제기한 것은 좋은 논쟁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어떻게 조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이사회나 감사의 권한을 강화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또한 개별 이사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은 매우 논쟁적인 이슈들이고, 하나씩 심도있게 다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부분은 다음 회차에 보다 세분화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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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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