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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MB 따라하기, 이제 빌라 띄우기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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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MB 따라하기, 이제 빌라 띄우기 차례인가

[기자의눈] 아파트 다음은 빌라? 정부의 '무제한 빌라 매입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데자뷔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번 대책의 핵심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도권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 아파트, 즉 빌라 등 아파트가 아닌 주택 시장의 반등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매입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거래 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정부는 무제한으로 비 아파트를 사들이겠다고 공언했다. 빌라 시장이 뜰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다.

이 정부 들어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와 접점이 자꾸만 생긴다. 그 정부 당시 요직에 있던 이들이 속속 귀환하는 한편, 모두가 잊고 있던 지나간 용어인 '뉴라이트'가 되살아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과거가 현재진행형으로 살아난 건 부동산 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수도권 그린벨트부터가 이명박 정부의 유산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인 2008년 초는 노무현 정부 당시 급등한 집값이 고점을 찍었을 때다. 아파트는 이미 한계치까지 상승한 터였다. 물가 상승률을 배제한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는 2008년 5월을 100으로 정점을 찍고 2013년 9월에는 79.6까지 떨어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극단적 급등기를 끝낸 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명박 정부는 주택 가격 하락 시기 집권했다. 정권 철학과 맞지 않았다. 정부는 집값 하락을 용인하지 않았다. 금융위기로 온 조정 장세 이후 재반등을 꾀했다.

그 대응책의 하나가 바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9~2012년에 걸쳐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을 포함해 서울권 '금싸라기' 땅의 개발제한을 풀었다. 해제 면적은 총 34제곱킬로미터였다. 내곡동은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관련 논란으로 부패 의혹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지역이다.

이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라는 도덕적으로 정부에 부담이 되는 정책의 소화를 위해 이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서민 주택 공급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 정부 역시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우선 공급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게 골자를 같이 한다.

실제로 내곡동과 세곡동에서 풀린 개발제한 구역 면적은 500제곱미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번 8.8 대책 발표 후 곧바로 나온 언론사 헤드라인이 '제2의 내곡세곡'이다. 그만큼 강남권 개발제한 해제는 영향력이 큰 사안이다. 올해 현재 서울의 총 149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그린벨트의 20%가량이 서초구와 강남구에 몰려 있다. 강남권 프리미엄까지 붙어 이 지역 개발해제는 부동산 투기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파트 시장 상승이 한계에 달한 후 빌라 매매 시장이 폭발했다는 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주지하다시피 서울 아파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기에 집권했다(대체로 이른바 진보 정부는 부동산 시장 급등기에, 보수 정부는 조정기에 집권하는 게 최근 한국 정치 지형의 특징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뒤늦게' 나온 각종 규제 대책을 대대적으로 풀었다. 2008년 집권 초기에 곧바로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의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해 양도세 감면,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당시 정부는 지금도 주택 규제 하면 떠오르는 모든 규제의 전면적인 해제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이와 비슷하다. 서울 강남3구와 대통령실이 들어간 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 주택 규제를 전부 풀었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 규제를 해제했다.

이 대목에서 8.8 대책의 예상 효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글로벌 시장 침체를 이기지 못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반등은 쉽지 않았다. 대신 이명박 정부 당시 특징적이었던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 빌라 가격의 대대적인 상승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가격은 2009년 9월과 10월에 상승률 정점을 찍었다. 아파트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자 실수요자와 장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체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빌라 가격이 상승세를 탄 결과다. 이 당시 정점을 찍은 빌라 가격이 최근에도 대체로 큰 변화 없이 유지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아파트 가격이 충분히(?) 오르자, 이제 빌라 가격 재상승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전국을 휩쓴 빌라 사기로 인해 아파트 구입을 하지 못하는 서민층의 대안 주택인 빌라 시장이 침체에 들어가자, 특히 서울의 경우 '무제한'으로 정부가 빌라를 사주겠다는 놀라운 대책을 8일 내놨다.

최근 글로벌 경제 동향을 고려하면, 지금의 불붙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상승세는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지금처럼 서민 경제가 붕괴하고 내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아파트 매매 여력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택 투기를 위주로 하는 대형 자금들은 어딘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대안이 바로 빌라였다. 현 정부는 마침 무제한적인 빌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고려하면, 공공의 대대적인 빌라 매입은 결국 빌라 투기자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시장 띄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공산이 커 보인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굳이 따라하지 않았어도 좋을 빌라 매매 시장 급등까지 따라하려는 정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부가 빌라로 대표되는 소형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비아파트 범위를 늘리는 등 최근 위축된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8일 오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해 적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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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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