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 8만 호 이상을 짓기로 했다. 주택 공급량을 늘린다는 이유이지만 아파트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그린벨트를 희생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를 늘리고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해주는 한편, 비 아파트 매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빌라 등을 무제한 사주는 방안도 발표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우량주택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해 8만호 신규택지 공급
이번 발표 내용을 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8만 호 이상의 신규택지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서울 지역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건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 가운데 1만 가구 이상은 서울의 그린벨트 지역에 공급된다. 서초와 강남권 일대 그린벨트가 해제되리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로 인한 투기를 막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서울의 그린벨트 전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된다.
이는 올 1월 발표 당시 공급 규모인 2만 호의 4배 수준이다. 올해 연내 5만 호, 내년 3만 호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 안이다.
올해 공급량(5만 호) 중 2만 호의 70%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또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 이용을 효율화해 당초 예정된 추가 공급 물량(3만 호)에서 2만 호를 더 확보하기로 했다.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후분양 주택 일부는 선분양 전환
기존 발표된 정부의 주택 규제 완화 방향이 이번 대책에도 고스란히 유지됐다.
정부는 LH가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를 대상으로 22조 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해 주택 조기 공급을 유도하기로 했다. 수도권 3만6000호가 대상이다. 민간이 착공해 준공한 후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LH가 매입해준다는 방안이다.
건설사의 주택 공급 유도를 위해 수요보다 높은 수준의 분양가가 형성되더라도 분양에 실패하면 정부가 대신 사준다는 얘기다.
미분양 시 매입가격은 세대별 실제 분양가에 매입확약률과 최대 2% 수준의 가산비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LH의 매입 물량은 공공주택(뉴:홈 선택형)으로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6년 후 분양 전환된다.
기존 2018~2020년 후분양 조건부로 공급한 1만7700호 중 7월 현재 본청약 실시 전인 4500호는 선분양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대 1년 6개월 내외의 분양 시기 조기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정부 안이다.
당장의 주택 공급 실적을 늘리기 위해 부실 공사 등의 위험이 후분양 주택보다 클 수밖에 없는 선분양 주택이 나오게 된 셈이다.
정부는 또 2022년 이후 발표된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5곳(14만5000호)의 지구지정을 김포한강2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는 등 지구지정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평택지제(3만300호 규모), 내년 상반기까지는 용인이동, 구리토평, 오산세교3(6만6000호)의 지구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PF 보증 5조 늘린다
주택 공급 여건 개선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우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공급 규모를 당초보다 5조 원 늘린 35조 원 규모로 올려잡았다.
정상 사업장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는 이유이지만 이 같은 보증은 무리한 PF로 인한 실패를 정부가 보증해 부동산 투기 시장을 떠받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된 사안이다.
정부는 또 지자체 협의회와 권역별 점검회의 등을 통해 주택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인허가의 장애요인을 해소하기로 했다. 이달 중 서울 25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수도권이 우선 실시 대상이다.
중소형 평형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현행 60제곱미터 이하인 건축면적 제한 수준을 85제곱미터 이하로 완화한다. 더 크고 비싼 집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서민가구를 대상으로 공급 주택 일부에 포함하는 소규모 주택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등 용적률 완화에 따라 조합이 건설해야 하는 임대주택의 인수가격은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 수준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조합은 완화 용적률의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어 공공에 매각할 의무가 있다. 즉 정부가 더 비싸게 사줘서 재개발 조합의 이익을 보전해준다는 방안이다.
빌라 등 비 아파트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공공이 신축 비 아파트를 앞으로 2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11만 호 이상 사들여 이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5만 호는 분양 주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비 아파트 매입은 '공급 상황 정상화'까지 무제한 이뤄질 것이라고 정부는 공언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구입 시 1주택자도 세제 혜택
최근 주택 투기 붐이 되살아난 수도권과 달리 대규모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지방을 대상으로 정부는 미분양 CR리츠를 9월 중 도입하기로 했다.
시행·시공사 및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한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해 미분양 위험을 해소한다는 안이다. CR리츠가 미분양 주택 임대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에는 취득세와 종부세 세제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또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도 허용한다.
지방의 준공전 미분양 주택을 대상으로는 HUG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 한시 확대 혜택이 제공된다. 지금은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는 분양가의 70%를, 초과 주택은 60%를 지원하지만 앞으로는 전용면적 구분 없이 일괄 70%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별 최대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도 한시 확대한다. 현재 HUG 신용등급 BBB- 이상 기업 3000억 원, CC 이상 2000억 원의 한도를 앞으로는 BBB- 이상 5000억 원, CC 이상 3000억 원으로 늘려준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사업자가 이를 분양하는 대신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원시취득세 50%를 감면해주고 기존 1주택자가 내년 12월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 구입할 경우에는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현재 주택 소유자라도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는 12억 원 한도에서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최대 80%)을 주며 종부세 12억 원은 기본공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정부 "수도권에 42만7000호 우량주택 공급 이뤄질 것"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국민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양질의 우량주택을 21만 호 이상 추가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수도권 신규택지 8만 호에 토지 효율성 제고를 통해 2만 호를 공급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이 신축매입주택 11만 호를 공급하고 서울의 경우 최근의 사기 사건 등으로 인해 수요가 떨어진 비 아파트를 공급 정상화까지 무제한 매입해 이를 공급하면 최대 21만 호 이상의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더해 기존에 추진 중인 주택 사업의 소요기간을 줄이는 이번 추가 규제 완화에 따라 21만7000호의 조기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이를 합산하면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앞으로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우량주택 공급이 이뤄지리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회의 모두발언에서 "2023년 이후 공사비 상승과 PF 부실 등으로 인해 주택공급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이번 대책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 관리"라며 "정부는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주택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실행 가능성이 확실한 대안을 위주로 마련"했다며 "즉각적인 후속조치 이행으로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하루 빨리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국민이 원하는 우수한 입지에 양질의 주택이 넉넉히 공급될 때까지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어려움을 덜고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주택을 많이, 꾸준히,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협조요청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오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환경 보존과 여가휴식공간 확보'라는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은 지금도 변함 없"지만 "미래 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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