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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근로자가 아닌 자" 타령, '노동약자' 배제 속내 드러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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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근로자가 아닌 자" 타령, '노동약자' 배제 속내 드러낸 것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노동약자'의 노동법 체제 진입 허용해야

윤석열 정권이 '노동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다. 정권이 말하는 '노동약자'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에, 안정된 근로가 아니라 불안정 근로에, 공식경제가 아니라 비공식경제에 속한 노동자를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근로자가 아닌 자", 즉 자영업자라는 낙인이 찍혀 현행 대한민국 노동법 체제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노동시장 하층의 "근로자가 아닌 자"

대한민국의 '노동약자'는 노동시장 하층에 자리잡아 사회경제적 착취와 차별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노동조합법 적용에서 배제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화물트럭기사, 학원강사, 방송작가, 연기자, 라이더 같은 '노동약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라 주장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들 노동자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 나서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노동약자'들이 운 좋게 노동조합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받더라도 하청과 외주의 공급 사슬 뒤에 숨은 진짜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다. 사업주는 '노동약자'들이 자신들이 고용한 "근로자가 아닌 자"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정부는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다고 '노동약자'의 문제가 끝난 것도 아니다. 근로기준법이라는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법기술자들은 정규적인 고용관계를 가진 근로자에게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논리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는 노동조합법의 적용 범위보다 좁아졌다. 반세기도 전에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스스로를 희생했던 청년 전태일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가 아닌" 노동약자

우리나라 노동법 체제는 노동자를 이런저런 형태로 분단시켜 놓고 있다. 법기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헌법상의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가 다르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다르다.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처지에서는 명백하게 노동시장 하층의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통계와 법률적 지위에서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노동약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만이 아니라 사회보험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 즉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처럼 노동자가 응당 누려야 할 사회보장 혜택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받으면서 최저임금법조차 적용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아닌 자"들의 현실은 두말할 나위 없다.

OECD 평균 웃도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

경제의 외주화가 디지털화와 겹치면서 노동시장 하층의 고용관계는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관련하여 현실의 '노동약자'를 법률상의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오분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 5.7%, 독일 8.7%, 일본 9.6%, 프랑스 13.1%인데 비해 한국은 23.5%로 미국의 4배, 독일과 일본의 2~3배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평균인 16.8%와 비교해도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7%포인트 가까이 높다. 정말로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두세 배 많은 걸까. 실상은 노동시장 하층의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로 '오분류'되는 사례가 많은 건 아닐까.

'노동약자'의 노동법 체제 진입 허용해야

지난 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한동훈 대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었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법기술자들이 이런저런 논리로 노동시장 상층 노동자에게만 진입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노동법 체제에 '노동약자'를 진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노동약자'를 돕고 싶다면, 노동시장 상층과 노동시장 하층을 가르는 방식으로 구사되는 '법을 이용한 지배'(the rule by law)를 종식시키고 노동시장 상층과 하층 모두에 '법의 지배'(the rule of law) 원칙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현행 노동법 체제는 노동시장 상층과 하층을 분리하고, 노동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이익에서 '노동약자'를 배제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노동시장 하층에서 고군분투하는 "근로자가 아닌 자"에게 공평하게 보장하는 것이야 말로 '노동약자' 문제 해결의 출발점임을 한동훈 대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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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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