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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란 관료 "이스라엘 정권 예측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보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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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란 관료 "이스라엘 정권 예측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보복할 것"

이스라엘 내부 혼란 양상…항공편 무더기 결항에 주가 하락, 징집 반대 시위까지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에서 암살한 이후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번 행위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전 이란 관료는 이스라엘 정권이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의 보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5일(이하 현지시각) 이란 <타스님> 통신은 전날인 4일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이란에 방문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하니예 암살에 대해 "대응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현 이스라엘 정권)의 큰 실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사파디 장관은 테헤란에서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만나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이란의 자제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란 측은 타협의 여지는 없고, 이 암살에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하니예 암살 행위에 대해 모든 국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전 세계 모든 이슬람 국가들과 자유 국가들이 이 범죄를 강력하게 비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사파디 장관은 요르단 역시 하니예의 암살을 비난하고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역의 긴장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며 이란과 관계를 재개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4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마수드 페제슈키안(오른쪽) 이란 대통령과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이 회담을 가졌다. ⓒEPA=연합뉴스

이란은 지역의 정세가 격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이스라엘에 대한 처벌은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5일 <로이터> 통신은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의도는 없으나 더 이상의 불안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보복이 빠르면 이날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타스님> 통신은 시아파 성직자이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보기관 수장을 지냈던 호세인 타에브가 이란의 보복이 이스라엘이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타에브는 4일 마슈하드에서 열린 한 문화행사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복수하기 위해 고안한 작전은 "놀라운 것"이 될 것이라면서 "네타냐후 정권이 예측한 시나리오의 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내부에 자본 이탈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란의 보복 조치가 이스라엘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해 물리적 타격이 아닌 다른 방식의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전쟁 위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휴가차 이스라엘을 떠났던 10만 명 정도의 이스라엘 거주자들이 해외에 발이 묶여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에 의해 인질로 납치된 가족들의 시위뿐만 아니라 군 복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들도 거리로 나섰는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들도 군에 동원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5일 수도인 텔아비브 근처의 텔하쇼머의 징집 사무실 인근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들이 군대로 징집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의 대법원은 가자지구 전쟁이 계속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징집 면제 대상이었던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들 중 징집 연령에 속하는 이들을 군에 입대시킬 것이라고 결정했다.

신문은 이전에는 면제됐던 약 900명의 초정통파 유대교 학생들이 이날 오후 시위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위 규모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시위자들이 여성 기자들에 대해 언어 및 물리적 폭력을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문은 이스라엘 일간지인 <이스라엘 하욤>의 메라브 세베르와 주로 의회와 관련한 내용을 방영하는 방송 크네세트 채널의 로템 골란 등 언론인들이 이러한 피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들은 이들 여성 언론인들을 향해 'shiksa' (식샤, 정통파 유대인 쪽에서 볼 때 비(非)유대적인 유대인 여성을 의미하며 유대인들이 여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고 소리쳤으며, 이들에게 물병을 던지고 카메라를 치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로템 골란은 누군가가 자신의 전화기를 땅에 떨어드렸지만 현장에서 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은 이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현장에서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역시 증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2~3% 정도 하락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 5일(현지시각) 수도인 텔아비브 근처 텔하쇼머의 징집 사무실 인근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들이 군대 징집 계획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동 상황을 논의하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미국의소리>가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헛소리 그만 하라(stop bullshitting me)"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이 3일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중동에서의 확전이 오는 11월 열릴 대통령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민주당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미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방어를 약속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4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에 본부를 둔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 세력들 및 "이란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와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철통같다"고 말했다.

또 조나단 파이너 미 NSC 부보좌관은 4일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해 "우리의 목표는 긴장을 낮추고 억제하는 것이며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BC 뉴스에서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지역(중동)에서의 전쟁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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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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