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외교 정책을 실행할 때, 특히 대전략 및 위기 대응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이는 과연 합리적일까?
"이것은 궁극적으로 실증적인 문제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유사 과학을 (구분하기란) 훨씬 어렵다. (…)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사회과학의 증거는 늘 역사적 증거이고, 역사는 워낙 복잡해서 그 교훈이 분명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
구체적 사례로 가보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은 합리적이었을까. 서방 대부분의 견해는 비합리적이라는 쪽이다. 하지만 책의 공저자인 존 J. 미어샤이머, 서배스천 로사토는 아니라는 쪽이다. 역으로 공저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환기하면서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라는 가정이 흔들리는 시대에 다시 그 전제를 방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때론 저작 자체보다 '해제'가 훨씬 조리 있는 맥락과 정확한 좌표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옥창준 교수의 '해제'가 바로 그렇다. 특히 미어샤이머의 이론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의도로 한국에 수용되었는지를 설명한 부분은 국제정치학 초심자들에겐 유용하다. '해제'를 인용한다.
"(미어샤이머의)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이 일종의 '거시 정치학'이라면,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미시 정치학'의 차원에서 국가의 행동을 역사적으로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국제정치를 '하는' 입장의 강대국들과 달리 한국과 같은 중견국 혹은 약소국들은 국제정치를 여전히 '당하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제정치란 대개 국내 정치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더 격렬한 권력투쟁 속에서 전개된다."
더불어 인용하지는 않지만, 윤석열 행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비판 또한 정교하고 구조적이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둘째에게 이 책을 권했다. "읽기가 귀찮거든 처음에는 해제 부분을 읽고, 다음에는 저자의 서문을 읽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결정'을 다룬 부분(195면~203면)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아."
사실 반론은 쉽다. 극단적 국익의 관점에서 도덕성과 윤리성을 거세하고 절차적 과정만 거쳤다면 이는 그저 합리적인 국가의 결정이라 할 수 있을까. 미어샤이머의 이론대로라면 북핵이야말로 북한의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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