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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도시 대개조'로 서울시민들의 상상이 제약됐다

[서울혁신파크 철거와 00의 위기] ③ 오세훈표 도시 대개조와 서울혁신파크의 미래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 서울시는 2022년 8월 서울혁신센터에 서울혁신파크 운영 종료를 통보했다. 그해 12월 60층 규모 빌딩, 대형 쇼핑몰 등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상업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입주단체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올해 8월부터 혁신파크 일부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파크 개발 문제와 투쟁을 알리는 기고를 연재한다. 편집자

▲지난달 28일과 29일 카페 쓸의 친구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춤을 출거아>공연을 열었다. 자연 속에서 공연을 보며 자유롭게 음료수를 마시는 시민들의 모습 ⓒ쓸의친구들

전환에서 개조로, 상상이 제약된 도시

2020년 5월,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개소 5주년을 맞아 "도시 전환 시험대 역할 강화할 것"이라며 혁신파크 2기 비전을 발표했다. △전환, △생산, △공유, △공동체의 가치를 연결하는 혁신파크가 미래 10년의 비전이었다.

10년의 비전은 불과 2년여 만에 생경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2022년 12월, 시는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코엑스 급 규모 융복합 도시'를 만든다며 상업 개발의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오세훈 시장은 2024년을 '서울 도시공간 대개조 원년'으로 선언하며, '강북권 대개조' 프로젝트의 하나로 서울혁신파크를 '서울창조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부지의 상업 개발을 위해 민간 사업시행자가 원하는 용도와 규모로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 지역(화이트 사이트 White Site)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창조타운 조성의 핵심이다.

오세훈 시정 이후 공간을 둘러싼 서울시정의 방향이 '도시 전환'에서 '도시 대개조'로 급변했다. 이러한 급변으로 서울시가 추구하는 도시의 상이 구체화 되기도 했다. 미래 '가치'를 상상하던 전환 도시의 상은 '삼성동 코엑스 급', '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복합 문화쇼핑몰'로 구체화하여 혁신파크의 미래상으로 서울시 보도자료에 적시됐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가치들을 머리 아프게 상상하지 마세요. 서울의, 강북의 도시 미래는 바로 우리 눈앞 있는 강남입니다'라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높이 솟은 랜드마크의 강남 스타일 도시 조감도가 그려지면서, 도시의 대안적인 미래에 대해 꿈꾸고 그리던 각자의 상상은 제약당한다.

매력 특별시, 누구에게 매력적인 도시인가

오세훈 시정의 도시계획을 상징하는 슬로건은 '매력 특별시'다. 민선 8기 서울시정의 슬로건이 '동행・매력 특별시'인데, 이는 각각 '약자와 동행하는 상생 도시', '매력 있는 글로벌 선도 도시'로 제시되고 있다. 후자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다. 서울 시정의 슬로건이자 장기 도시계획은 '누구에게' 매력 있는 도시를 추구하고 있고, '어떤' 서울 도시를 계획하고 있는가.

서울은 '도시 경쟁력'에 주목한다. 오세훈 시장은 전임 시장 재임 10년간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하락이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글로벌 선도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도시공간의 대개조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도시경쟁력의 근거로 제시하는 평가는 국제투자 활성화에 강조점을 둔 글로벌 컨설팅기업의 평가다. 다국적 기업의 투자 가치에 중점을 두고 평가되는 서울과 시민의 삶의 질을 중점으로 평가되는 서울의 평가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서울시민들은 어떤 서울을 원할까? 시민들은 2040 서울 도시계획을 위한 설문에서 미래 서울의 핵심 가치 1순위로 '삶의 질'을 꼽았다.

서울시는 서울 대개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심 공공부지인 불광 혁신파크 부지(약 11만㎡)와 용산철도정비창 부지(약 50만㎡)에 대해, 복합 문화쇼핑몰(첨단산업단지)과 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를 조성하는 상업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모두 대규모 도심 공공부지를 상업 개발해 대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공공부지의 민간 매각은 투기 촉발이나 특혜 매각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에 다양한 사회적, 지역적, 환경적 문제 등에 대응하며 활용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을 줄인다. 특히, 혁신파크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상업 개발 발표는 서울시민 모두의 땅인 공공부지를 오세훈 시장의 사유지처럼 여기며 기업에 팔겠다는 뜻과 같다.

▲서울혁신파크의 모습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

서울혁신파크 상업 개발 과연 타당한가

서울시의 혁신파크 상업 개발 계획은 시장 합리성의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조감도 정치이며, 가치의 측면에서도 기존의 가치와 정반대인 상업주의 도시 구성에만 몰두한 일방적 계획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8월에 준공하는 서울 서부권역 초대형 복합시설인 마곡지구의 '원그로브'의 7월 기준 공실률이 100%라는 심각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국내 부동산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3000억 원을 쏟아부은 국민연금공단이, 원그로브의 심각한 공실로 초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혁신파크가 위치한 불광역 권역의 집합 상가 공실률은 올해 1/4분기 기준 10.9%로 서울 전체 집합 상가 공실률(9.3%)보다 높다.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의 불광역권 공실률도 서울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혁신파크 반경 500M 이내에 이미 대형 쇼핑몰 1개소와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고, 반경 3km 이내에도 대형 쇼핑몰이 2개소나 더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기 대규모 상업 개발은 기존 불광역권 재래시장 및 쇼핑몰 상권, 서울 서북권 상업지구와의 제로섬 게임이 될 우려가 있다. 결국, 그나마 혁신파크 상업 개발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부동산 상업 개발을 통한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 등 투기수요 촉발뿐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시 가치를 구현할 은평구의 미래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일방적 도시계획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보건복지부 사회적경제 활성화 분야 평가에서 '전국 최초 5년 연속 수상'하고, 고용노동부 주관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됐다.

또한 은평구는 '5개년(2024년~28년) 사회적경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경제 도시 은평'을 비전으로 하고 '은평형 사회적경제 모델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은평구는 자신들의 대표적 가치인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장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대해 그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오히려 상업 개발에 찬성하며 부추기도 있다.

공공토지 매각과 투기 개발, 그린워싱으로 감출 수 없다

서울시는 혁신파크의 상업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이거나 공원 이용을 원하는 주변 시민들의 목소리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전자는 가볍게 무시하고, 후자의 시민들의 호응에 응답하듯, 혁신파크 상업 개발을 통해 기존의 혁신파크보다 더 많은 녹지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녹지 공원 계획은 전면부 주택과 업무, 상업 복합건물에 둘러싸인 폐쇄적 녹지 공원이 될 우려가 있다. 현재 혁신파크의 개방형·광장형 공유 공간이 주던 다양한 시민 자치적 문화 난장과 자연 놀이,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가치는 단순히 녹지의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고층 쇼핑몰과 아파트에 둘러싸인 형태의 녹지 공간 계획은, 그것이 아무리 시민공원 및 녹지 광장을 표방해도 쇼핑몰 소비자와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무형의 울타리가 생긴다. 오세훈 시장이 대형 개발 프로젝트마다 친환경, 그린, 녹색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공공토지 매각과 대규모 투기 개발을 감추려는 그린워싱에 불과하다.

▲서울시청 앞 혁신파크 강제철거 반대 서울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

도시의 갈림길에 놓인 서울혁신파크의 미래

서울시와 은평구의 미래 도시 비전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상업경제 중심지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더욱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를 추구할 것인지? 혁신파크의 개발이 그 갈림길에 놓여있다.

"'도시는 승리'할지 모르나, 도시민들은 패배하며, 도시는 부자가 되지만 도시민들은 비참에 빠진다(이계수, 2023, '반란의 도시')"는 말처럼, 그린워싱으로 높은 마천루 빌딩 숲을 세울 때, 우리는 서울 도심에서 밀려날 뿐이다. 기업과 자본을 위한 도시와 빌딩 숲이 아니라, 도시의 다양한 이들이 차별 없이 서로 어울리며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공간을 요구해야 한다. 서울혁신파크의 미래가, 우리가 상상하는 도시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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