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의회가 각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의원들이 갑자기 아플 경우에 대비해 업무추진비용 법인카드로 소화제와 해열제 등 상비약을 구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개개의 의원실에 제공하기 위한 각종 음료수와 종이컵 등을 구입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상임위별로 분기당 의원실 필요물품 구입비용만 수십만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의 경우 올해 4월 17일 대형마트에서 '의원실 필요물품 구입'을 위해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31만9600원을 결제했다. 도의회 사무처는 이와 관련해 "의원실을 방문하는 내방객 등을 위한 각종 음료수와 종이컵, 우의(雨衣) 등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같은 날 '의원실 필요 물품'이라며 소화제와 해열제 등 각종 상비약을 법인카드로 13만7000원어치 구입했다.
전북도의회 사무처는 이와 관련해 "의원들께서 회기 중에 갑자기 열이 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구입하는 상비약"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들을 위한 필요물품 구입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확인된다. 교육위의 경우 지난 4월19일 '의원연구실과 위원장실 물품 구입'을 위해 업무추진비용 법카로 45만8750원을 긁었고, 곧바로 '의원실 필요물품 상비약' 구입을 위해 6만원을 별도로 결제했다.
교육위는 2개월 뒤인 올해 6월4일에도 '의원연구실과 위원장실 물품 구입'을 위해 35만원을 결제했으며, 같은 달 21일에는 연찬회를 위한 상비약을 구입한다며 9만8000원을 썼다.
도의회 상임위 법카로 구입한 상비약 등은 사무처 전문위원실에 구비해 놓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원들을 위한 각종 물품구입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대상인원'을 누락해 "도의원 보호를 위한 사무처의 의도적 누락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 도의원은 "상비약까지 법카로 구입하는지 전혀 몰랐다"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도의회 사무처의 과도한 도의원 배려라는 말이다.
'의원실 물품구입'과 관련해 다른 시·도의회를 비교한 결과 광주광역시의회에서는 상비약 구입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행안부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서도 상비약 구비 등이 해당하는 적정한 항목을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행안부의 '지자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장 등 업무추진비 집행 대상 직무 활동 범위와 관련해 '의정활동 및 지역홍보'와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교육' 등 8개항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8개항에는 △이재민 및 불우 소외계층에 대한 격려와 지원 △군부대, 경찰서 등 현업(현장)부서 근무자에 대한 격려와 지원 △소속 의원·상근직원에 대한 격려와 지원 △업무추진 유관기관 협조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북도의회 각 상임위의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이재민과 불우소외계층 격려·지원 사례는 올 2분기 중에 단 1번도 없었으며 경찰 등 현업 부서 근무자 격려지원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을 의원님을 모시기 위해 상비약까지 구비하면서 군부대나 경찰서, 소방서 등 현업 부서 근무자에 대한 격려 지원이 전혀 없었다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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