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 당정이 원팀이 되어…"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 이후 약 2개월 만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당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 당 참석자들은 나란히 '당정단결'을 강조했다. 총선패배 책임으로 '김건희 사과' 이슈 등 대통령실발 리스크가 화두가 됐던 후보자들 간의 토론 과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전당대회 사회자들은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 연호하며 당원들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윤석열, 승리하리라' 등의 가사를 담은 지난 대선 당시 응원곡도 입장곡으로 장내에 울려퍼졌다. 윤 대통령은 입장 시 한동훈 당대표 후보(현 당대표)와 악수를 나눴는데,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장면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한몸처럼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당력을 한껏 모아서 우리 대통령 지지도 50% 이상으로 유지해 드려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께서 퇴임하실 때는 60% 이상의 지지로 사랑을 받는 대통령으로 꼭 우리가 만들어드리자"고 당원들에게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황 비대위원장이 이같은 말을 할 때, 국민의힘 유튜브 생중계 방송에는 그 말을 듣는 윤 대통령의 표정이 클로즈업됐다.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단상에서 윤 대통령의 이름을 수차례 연호하며 "제가 윤석열 연호하면 큰 소리로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 하고 세 번 외쳐달라"는 등 당원들의 '윤석열' 연호를 적극 유도했다. 이에 윤 대통령 입장 시 나오지 않았던 당원들의 연호가 마침내 터져나오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만든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윤 정부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여러분께서 정말 압도적인 지지와 함성을 보내줘야 한다"고 재차 환호를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있기 전에는 전대 보수정권 대통령들의 음성을 활용한 'AI 축사'가 시연돼 눈길을 끌었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목소리로 구현된 축사가 이어진 끝에 현직 대통령인 윤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는 연출이 이어졌다. 황 위원장은 민간인 학살, 독재 등 역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은) 나라의 독립을 되찾고 공산주의 침략을 물리치고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을 건국하셨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대국으로서 경제적 자유를 우리에게 주셨다"고 상찬했다.
전당대회 행사 자체는 '대통령 띄우기'에 집중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날 행사장 안팎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역시나 이날 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후보였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6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된 한 신임 대표는 후보자 입장 시부터 장내 함성의 크기 등에서 타 후보들과 차이가 명확했다.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에 이어 한 대표가 입장하자, 장내는 함성과 함께 연호되는 '한동훈'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한 대표의 러닝메이트 후보들이었던 최고위원 장동혁 후보(현 최고위원), 박정훈 후보, 청년최고위원 진종오 후보 등이 입장할 때도 폭발적인 함성이 이어지며, 이른바 '한동훈 대세론'이 현장 분위기로 확인됐다. 전대 과정에서 친한계 대표격으로 부상한 배현진 의원의 경우, 전대 출마자가 아님에도 행사장 진입만으로 지지자들의 함성과 이름 연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대표는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받는 등 이른바 윤·한 갈등설에 휩싸였고, 이후 당대표에 출마하면서는 '체상병특검법 수정안',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등을 통해 당 안팎에서 '반윤 후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대표직 수락연설에서도 "민심 이기는 정치 없다"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지난 총선 국면 당시 한 대표는 '영부인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민심', '국민눈높이' 등 단어들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사퇴요구를 받았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선 행사 진행자가 전북 지역을 가리켜 '간첩'이라고 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당대회 사회를 맡은 김병찬 아나운서가 본행사 시작 전 각 지역에서 온 참석자들을 광역시도당별로 호명하며 박수·함성을 유도했는데, 광주, 전남, 충청 순으로 진행되면서 전북 지역은 빠졌었다. 이후 서울까지, 전북을 뺀 모든 지역을 다 호명한 후 김 아나운서가 함성 소리가 작다는 취지로 다른 사회자인 양종아 광주 북구을 당협위원장에게 "박수 안 치는 사람들이 있다, 간첩이라든가…"라고 농담조의 말을 했는데, 그 직후 양 위원장이 청중석 쪽을 바라보다가 돌연 "아 그래요? 전라북도? 따로 해야 하나요?"라고 말한 것이 일부 언론 보도에 실리며 '전북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김 아나운서는 이후 행사 도중 언론 보도 소식을 접한 듯 "(박수 유도를) 경상도·전라도·충청도를 다 함께 했다. 그런데 (우리가) 일부 지역, 지역감정 혹은 어디 세력을 등위를 정하는 것으로 오해하나 싶어서 바로잡겠다"며 "저희가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서 '박수 안 친 분은 다른 데서 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 (오해하는) 분이 있을까 봐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