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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노무현 군국주의'의 진정한 후계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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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노무현 군국주의'의 진정한 후계자일지 모른다

[인문견문록] <촌놈들의 제국주의>

최근들어 한국이 좀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국산 무기에 대한 자부심과 칭송이 언론과 SNS에서 끊이질 않는다. 푸틴을 향해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에서 한국이 유럽을 압도했다는 사실에 한국인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국제정치적으로 주변부에서 멈칫하던 대한민국이 전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 최상위급의 중무장국가다. 한국 군사력의 비약적 성장 배경에는 노무현·문재인이라는 두 사람의 역할이 컸다. 둘 모두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다.

지식인들은 두 사람의 과도한 국방비 증액에 늘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들이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평화주의자의 후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의구심은 의구심으로만 남았다. 국방비 증액률에서 노무현 정부가 8.7%로 가장 높고 문재인 정부가 7.5%로 다음이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 5.5%, 박근혜 정부 4.0% 순이다. 진보정부가 국방비 증가율에서 보수정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최근 '2024 글로벌 파이어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군사력 세계 5위다. 진보정부는 국방비를 축소하고 그 여력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맥락에서 노무현과 문재인 두 사람은 독특한 인물이었다. '김정은 참수부대'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이었다.

오늘날 점증하는 외국인과 타인종에 대한 배타주의, 한국문화에 대한 국수주의, 한국 군사력에 대한 일방적 칭송, 한·미·일 군사동맹으로의 움직임, 나토와의 연대, 이 모든 것들은 '제국주의'라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십수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시사점이 많은, 한국이 결국 제국주의로 나아갈 것을 예견한 책이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지음, 개마고원 지음)다.

우석훈은 '여는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현재의 한·중·일 세 나라의 형국은 19세기 중반 유럽의 모습, 특히 독일·이탈리아·프랑스가 서로 경쟁하며 자신들의 독자적 민족국가를 키워나가던 시기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제어되지 않은 팽창, 무한한 외부자원 및 시장을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느 순간 전쟁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우석훈은 자신이 우려하는 바를 이렇게 말한다. "지금과 같이 여유 있는 시기에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전쟁에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20~30년 후에도 이 지역이 지금과 같이 평화로울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중·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한국이 제국으로 나서다니 솔직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우석훈은 노무현 정권은 '한국 경제의 제국주의적 전환'을 감행한 정부라고 말한다. 흐름의 서막을 연 것이 이라크 파병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UN차원의 정당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우석훈은 이라크 파병이 용병형 참전이었던 베트남전 참전과 사뭇 달랐다고 판단한다.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강요에 마지못해 따른 게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가 해외에서의 군사활동을 강력히 원했고, 무엇보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한국 군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원한 것이다." "한국은 '자신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제적 군사 파병을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결정하게 된다. 본격적인 제국주의형 자원 전쟁에 끼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우석훈은 이렇게 단언한다. "이 파병의 의미를 조금 냉철하게 규정한다면, 미국을 등에 업은 일종의 전쟁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라크 파병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부적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한국 경제가 절실히 해외 시장과 해외자원을 갈망하고 있다" 진보적 지식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FTA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한국 혼자 독자적으로 제국주의를 할 역량은 없다. 방법은 없을까? 가장 강한 자와 함께 하면 된다. 우석훈은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미국에 앞서 제안한 이유를 "미국을 등에 업고 사실상 제국주의로서 기능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한다. 우석훈의 설명을 들으면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왜 국방비를 급증시켰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비교하면 두 사람은 매우 극우적 인물이었다. 노무현에 대해서 지지자들은 그를 '희망의 군국주의자'라 부르길 좋아했다. 실제로 그는 순정 군국주의자였던 것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오해가 있다. 제국주의는 특별히 사악한 국가나 정부의 이념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특정 단계에서 등장하는 자본의 요구일 뿐이다. 자본주의의 생산력 발전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부족해진다. 자본주의는 특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이런 불균등 발전 때문에 위기에 빠진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본은 국가와 결합해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으려 한다. 우석훈은 한국 자체의 역량이 부족하기에 미국의 하위파트너가 되어 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 예견했다. 요즘 한국 정부가 보이는 모습 그대로다.

사회활동가이자 경제전문가인 김어진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제국주의론을 통해 본 한국 자본주의의 지위와 성격검토>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류제국주의의 공통점을 여럿 열거한다. 공통점에는 '수출지향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 추구', '중심부의존과 병행해 독자적 세계화와 생산네트워크 구축' '경제영토확대' '제국주의 중심부와의 동맹을 통한 군사적 팽창' 등이 있다. 앞의 세 가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진행해 왔던 것이다. 마지막 '동맹을 통한 군사적 팽창'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나토참가가 어떤 전망에서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다. 윤석열의 외교는 돌출적인 것이 아니다. 노무현의 이라크 파병, 이명박의 아랍에미리트와의 군사협력협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7월 18일 현재 한국, 미국, 아랍에미리트가 강원도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이명박의 자원외교를 생각해보자. 자원확보는 제국주의의 핵심 목표다. 여타의 자원은 기술발달 등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자원만은 어쩌지 못한다. 지금도 자원에 관해서 집단서방은 대리인을 내세워 자주 부딪힌다. 세계적 철학자 지젝은 책 <새로운 계급투쟁>(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자음과 모음 펴냄)에서 이렇게 말한다. "(400만 명이 희생된-필자 주)콩고의 참상은 도대체 왜 무시되었을까? 2001년 유엔은 콩고 천연자원의 불법개발문제를 조사했고, 그 결과 전쟁의 주된 원인이 다섯 개 주요광물을 누가 차지하고, 통제하며, 거래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발생된 것임을 확인했다. 그렇다. 우리는 부족간 분쟁으로 치장된 싸움의 배후에 글로벌 자본주의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콩고내전의 배경에는 이권을 노린 미국과 프랑스의 갈등이 있었다. 그들은 자원확보를 위해 부족간의 갈등을 더욱 이용했다.

미국에는 군산복합체, 정확하게는 페트로·군산복합체라는 주체가 네오콘이라는 정치적 외연을 갖고 있기에 제국주의적 팽창을 수행하지만 한국에는 뚜렷한 주체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도 군산복합체와 유사한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방산무기 수출 소식이 언론에 올라온다. 무기 수출의 호조에 힘입어 방산업체의 주가가 올랐다는 뉴스가 나온다. 모두가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에 환호하고 있다.

우석훈은 한국 제국주의의 특징을 군사패권주의와 더불어 '건설산업의 관여'라 말한다. 기존의 제국주의와는 구별되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주요한 명분이 전후 복구사업이었던 점을 기억하자. 또한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수주는 한국의 군사적 지원과 교환된 것이다. 성공의 기억은 한국을 제국주의로 나아가게끔 촉진할 것이다.

우석훈은 한국의 제국주의가 세련되지 못한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될 것이라 우려한다. 한국에는 식민지 운영의 경험에서 체득된 암묵지나 체계적인 지역학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 제국주의가 촌스러울 것이란 우려보다는 다른 것을 걱정하고 있다.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한국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동맹에 의해 쓰고 버려지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2차 대전 이후 30년이 황금기가 된 이유는 여러 제국주의 국가의 생산기반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폴 크루그먼이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붕괴 이후 찾아든 행운이었다. 호황은 누군가의 몰락 뒤에 찾아온다.

세계 제조업의 핵심 기지인 중국, 대만, 한국 세 나라의 파괴는 이후 살아남는 국가들에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외교전문가 김준형은 한국이 미·일을 위한 '최전방 돌격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호구가 보이지 않으면 바로 내가 호구'라는 저잣거리 말이 있듯이 우리가 제국주의의 주체가 아니라 제국주의의 소모품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우려일 것이다. 필자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우석훈의 책을 읽고 나면 진보·보수의 외교정책들이 그다지 차별성이 없었음을 알게 된다. 노무현의 군국주의, 이명박의 자원외교, 박근혜의 사드배치, 문재인의 '김정은참수부대' 창설 등이 '제국주의'라는 한 점에서 만난다. 윤석열 정부의 기괴한 외교정책을 '돌출'로 이해하지 않고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한국의 제국주의화'란 관점에서 보면 돌출은 더 이상 돌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의 '충신'(최재영 목사의 카톡 폭로 내용-필자 주)일뿐만 아니라 노무현 군국주의의 진정한 후계자일지도 모른다.

▲ <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지음, 개마고원 펴냄).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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