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앞으로 더 갈 길이 많지만 첫 판결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예요. 출교 처분을 받은 뒤로 제가 몸담던 영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계속 공백상태였는데, 복직됐으니 교회로 돌아가 다시 담임목사를 맡을 예정입니다.(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담임목사)"
법원이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한국 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목회자가 교단으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1부(재판장 송중호)는 지난 18일 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뒤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결 확정시까지 출교 판결 효력을 정지한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앞서 감리회총회재판위원회는 지난 3월 이 목사에게 교회에서 영구적으로 추방하는 출교 처분을 확정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 기도를 올리고 언론에서 한국 교회의 성소수자 혐오를 비판하는 등 감리교의 교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감리회 경기연회가 선고한 출교 처분이 정당하다는 뜻이다. 종교단체는 각 교단마다 각자의 교회법을 두고 신앙을 위배하는 행위를 교회 재판으로 처벌하며, 이 목사의 경우 1심에 해당하는 연회와 2심에 해당하는 총회에서 모두 출교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국가인권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회 비방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라며 "대한민국 개신교 일반의 교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만으로는 그 행위에 출교를 할 만한 범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목사는 출교 처분에 대한 징계 무효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감리회 목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목사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성적 지향 차별금지 등의 권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이 향후 무효확인 본안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감리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한 이번 판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라며 "출교 처분에 대한 절차적 문제뿐 아니라 실체적 문제까지도 인정해 준 유의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또한 "출교 처분 이후 제가 맡고 있던 영광제일교회의 담임목사직이 계속 공백 상태였다. 9월 3일까지 담임목사가 생기지 않으면 우리 교회가 감리교에서 퇴출될 위기에 있었다"라며 "판결에 따라 복직됐으니 교회에 돌아가 다시 담임목사를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목사가 감리교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징계 무효확인 본안소송 1심에선 지난 6월 취소 판결이 나왔으며, 감리교 측이 항소해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목사는 "마음 한 편을 비우고 소송에 임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여러 재판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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