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발생했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9차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가혹행위 등을 당하다 끝내 병으로 숨진 故윤동일씨에 대해 법원이 재심 결정을 내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차진석)는 지난 1일 윤동일씨의 친형 윤동기씨가 청구한 윤씨의 강제추행치상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해당 사건 1심 선고가 나온 지 33년 만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포함한 이 사건 기록 등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피고인을 불법구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형사들이 피고인을 경찰서 인근 여인숙 등으로 데리고 다니거나 잠을 재우지 않은 강압적인 상태에서 조사하는 등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허위로 진술서 내지 자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관들의 행위는 공소시효가 경과해 위 죄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등에 의해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된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씨의 친형은 지난해 6월 법원에 이 사건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윤씨 가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 박준영 변호사 등은 "윤씨는 9차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체포, 감금, 가혹행위 등의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당시 만 19세였던 윤씨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중 1990년 11월15일 발생한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불법 연행돼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상태서 잠 안 재우기, 뺨 맞기 등 각종 고문을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수사기관은 또 윤씨가 DNA 검사 결과 9차 사건 범인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비슷한 시기 발생한 다른 강제추행 사건 범인으로 기소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의 판결을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과 검사는 불법 체포 및 감금, 고문 등 가혹행위로 윤씨의 허위자백을 강요했고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석방된 뒤에도 경찰의 지속적인 미행과 감시를 당해왔고, 결국 10개월 만에 암에 걸려 1997년 9월 사망했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12월 '이춘재 연쇄살인'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 사건 은폐 의혹 조사를 통해 "윤씨를 포함한 용의자들에 대해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윤씨의 가족 측도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강제추행치상 사건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 졌다.
한편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20년간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온 윤성여씨도 재심을 청구해 2020년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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