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 간의 첫 TV토론에서 후보들이 김건희 문자 논란, 총선패배 책임론 등을 소재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문자논란의 당사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다"(나경원), "정치 이전에 인간 감수성의 문제"(윤상현) 등의 공세가 쏟아진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여사께선 아직도 사과 안 하셨다", " 세 분은 뭐 하셨나"라며 총선 당시의 '사과불발'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위원장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천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셨다"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원 전 장관은 전대 과열을 사유로 해당 논란에 침묵했다.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등 네 명의 당 대표 후보는 9일 저녁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차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 참여해 이 같은 공방전을 벌였다. 이날 주도권 토론에선 특히 나 의원과 윤 의원의 주도로 이른바 '한동훈-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을 두고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사과불발이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총선패배 책임론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문자논란을 포함해 '사천의혹' 등을 제기하며 한 전 위원장을 가장 강하게 압박해왔던 원 전 장관의 경우 "선관위의 간곡한 권고를 받았다"며 외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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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위원장은 △영부인에게 사과의사가 없었으며 △본인은 영부인 의혹과 관련 사과를 표명해야 한다는 의사를 수 차례 전달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영부인과의 사적인 메시지 교환은 적절치 않았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문자논란과 관련 윤 의원이 "(논란에 대해) 응당 사과하셨어야 된다"고 지적하자 "여러가지 경로로 실제로 여사께서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전달받고 있던 상황"이라며 "그 상황에서 제가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문제가 되고, 만약 사적 답변을 했던 내용이 공개됐다고 생각해 보시라. 심각한 악몽같은 상황이엇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2차 주도권 토론에서 윤 의원도 재반격에 나섰다. 윤 의원은 공절 루트와 사적 루트의 구분을 강조한 한 전 위원장을 겨냥 "정치라는 게 항상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아니다. 그거는 공무원식 발상"이라며 "(문자 '읽씹'은) 정치 이전에 당무 이전에 어떤 인간의 감수성에 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전 위원장은 "여사님께서는 사과할 의사가 없으셨다. 그걸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공사구분'에 대한 윤 의원의 공세에도 "국민들이 보시기에 공적인 문제가 어떤 막후에서 개인적인 소통으로 해결되는 것 아닌가, 라는 우려를 가지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똑같은 일이 있어도 똑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특히 윤 의원이 대국민 사과에 대한 김 전 대표의 '진의'와 관련 "여사님의 측근들한테 (정보를) 받으셨다는 거잖나"라며 "(문자가) 그렇게 절절이 오면 저 같으면 당연히 그분의 입장을 (직접) 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김건희 여사께서는 그 이후에 KBS 대담 때도 사과를 안 하셨다. 지금까지도 사과를 안 하고 계시다. 사과할 의사가 있으시면 저한테 허락받으실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나 의원도 문자논란을 두고 '한동훈 책임론'을 부각했다. 주도권 토론에서 나 의원은 "당사자 이야기를 안 듣고 소통을 단절한다? 이건 매우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지 않나"라며 "한 후보가 조금 생각을 바꾸셔서 이 부분은 내가 좀 정치적 판단이 좀 미숙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해 해당 논란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사과를 에둘러 요구했다.
나 의원은 또 한 전 위원장이 '김 전 대표의 문자에 사적으로 답했으면 당무개입 논란이 일 수 있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이런 말씀하시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민주당의 프레임에 우리가 딸려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 전 위원장은 나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나 의원께선 영부인께서 당사자인 사안인 당무에 대해서 (영부인이) 개인적으로 텔레그램으로 물어보면 그렇게 상의해 주실 건가, 저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이 오히려 당사자니까 더 문제인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나 의원은 "정치는 꼭 우리가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것을 계속해서 당무에 관한 사항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각 후보들이 주장한 '김 전 대표의 사과가 나오지 않아 총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당시에 저 말고 실제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사람이 있었나"라며 "세 분은 뭐 하셨나, 저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다면 행동하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 후보들을 겨냥 "세 분 왜 지원 유세는 안 하셨나, 제가 지원 유세 전국에 다닐 때 왜 세 분은 지원 유세 안 하셨나"라고 소위 '총선책임론'에 전반에 대한 역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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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원 전 장관은 "전국 지원유세 못간 거, 그래서 선거 참패한거 그만큼 정말 죄송하고 통탄한다"면서도 "한 전 위원장도 최선 다 하셨다. 당도 모르시고 선거도 모르시고 선거 치러보신 적 없으시잖나"라고 에둘러 반격했다.
이날 선관위 및 비대위 지도부의 전대 과열 우려를 명분으로 문자논란, 사천논란 등 '민감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원 전 장관은 본인 주도권 토론에서 물가안정화 방안 등 민생정책 위주의 질문에 집중했는데, 오히려 한 전 위원장이 원 전 장관에 대한 주도권 질문에서 날을 세우며 신경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가령 자신에 대한 원 전 장관 측 '사천의혹' 제기와 관련해 "거짓말"이라며 "어떤 가족 말하는 것이고 어떤 공천 대해서 개입했다는 것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원 전 장관이 선관위 권고 등을 이유로 "일단 언급을 중단하겠다"고 말하자 한 전 위원장은 "중단하실 게 아니라 먼저 거짓말을 하셨다"며 "누군지 말씀 못하시겠고 근거가 없으시면 그냥 여기서 사과하라"고 채근했다. 원 전 장관은 "선관위에 약속했기 때문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라며 침묵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이 "관련 기사가 200개 이상 났다. 여기서 비긴 걸로 하자? 이건 안 된다"며 "사과하시라, 그래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시작되고 서로 비방하지 않는 문화가 시작되지 않겠나"라고 다시 한번 지적하자 원 전 장관 또한 "제가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며 "이정도 하자"라고 날을 세웠다.
두 사람은 총선책임론을 가지고도 격돌을 이어갔다.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이 '총선 때 세 후보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는 취지의 역공을 펼치자 "공동선대위원장 회의를 한 번도 못했잖나", "공동선대위원장이면서도 그런 (민생) 부분 한번도 제가 제안하거나 의논할 기회를 못 가졌다"며 반격에 나섰고, 한 전 위원장 역시 "위원장 회의 많이 했는데 (원 전 장관이) 안 오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전 위원장은 또 '총선 당시 전략회의가 부족했다'는 원 전 장관의 지적을 "그때 저한테 금리나 이런 말씀 안 하시고, 삼겹살 같이 먹자고 하셨잖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원 전 장관의 과거 정치활동을 겨냥 '중국몽 개념을 긍정했다', '외국인 투표권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등 보수진영 내에서 비판적인 사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이 여러 훌륭한 점이 많은데, 여러 현안에 대해서 커뮤니티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며 "(그 주제들은) 거기서 늘 저를 공격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늘 저한테 달라 붙어 있는 민주당 내지는 악성 팬덤 중의 공격 중에 하나"라고 받아쳤다.
다만 원 전 장관은 이날 본인이 제기한 '한동훈 사천의혹'과 관련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사과하라'는 한 전 위원장 측 요구에는 끝까지 "더 이상 언급 않겠다"고만 했다. 그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상황이 있다"며 "선관위 부탁에 후보들이 동의했다. 저는 그것을 가급적 충실히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문자논란과 관련 본인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문자 전문 공개를 주도했다는 식의 한동훈 캠프 측 주장에 대해서도 "질문을 되돌리면 공방이 될 것"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 전 장관의 토론회 태도에 대해 "대단히 비겁하다"며 "음모를 확 뿌리고 200개 기사를 내고 갑자기 얘기 안 한다? 미안하다도 아니고 얘기 안 한다? 이게 뭔가, 이게 진짜 구태정치"라고 말해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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