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호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한 인사가 제주 4.3 사건을 두고 '남조선노동당 폭동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호남 지역에 대해 "언제까지 응원받기만 할 건가", "동정의 눈빛으로 여러분을 바라보는 것을 언제까지 견디시겠나"라고 비하성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정식 전 당 청년대변인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4.3사건이 왜 일어났나.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 간부 김달삼이 수백 명의 무장대원을 이끌고 경찰서를 기습했다"며 "그렇게 선량한 제주도민들을 살해한 것이 4.3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어 "우리는 왜 이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드리지 못하나. 민주당과 좌파가 이 슬픈 역사를 이용해서 '독재자 이승만이 억울한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다'고 말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당장 눈앞의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이념과 가치를 포기하고 정치적, 역사적 명분과 정당성을 포기해 가면서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사는 그런 비겁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는 보수진영이 제주4.3화해보고서 등 현행 진상규명운동사 기록물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또 호남 지역에 대해 "우리 호남은 언제까지 박수받고 응원 받기만 할 건가"라며 "이 보수정당에서 어떻게든 보호받아야 하고 안타까운 동정의 눈빛으로 여러분을 바라보는 것을 언제까지 견디시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김 후보가 언급한 김달삼 씨는 당시 경찰 측 민간인 살해로 4.3 사건이 발발한 후 시민 측에서 무장대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당시 김익렬 9연대장과 4.28 평화협상을 주도했다. 극우진영 등 '남로당 중앙당 지령설'을 주장하는 일각에선 김달삼 등 무장대 측이 북측 지령을 받고 방화·폭도를 일으켜 4.3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오랜 기간 이어진 4.3 진상규명 운동 끝에 지난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4.3사건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월엔 극우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국민대회에서 "제주4.3은 김달삼과 이덕구가 일으킨 무장폭동"이었다고 주장하며 "4.3특별법으로 만들어진 4.3평화공원의 내용 역시 역사 왜곡 정도가 아니라 거짓말도 이런 거짓말이 없다"고 4.3 비하 발언을 해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지역단체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의 4.3 폄하 논란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양상이다. 작년 3.8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태영호 당시 국회의원이 "(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 4.3 단체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태 전 의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됐으나 당 윤리위가 징계 심의를 시작하자 당선 두 달 만인 5월 10일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했다.
비슷한 시기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던 김재원 당시 최고위원(역시 3.8 전대에서 당선)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징계가 취소됐고, 이번 7.23 전당대회에 다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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