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지난해 80억여 원의 예비비가 추가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집무실을 이전할 당시 이전 비용으로 1조 원이 든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496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이 4일 제출받아 공개한 정부의 '2023년 회계연도 예비비 사용 총괄명세서'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해 86억6600만원의 예비비를 추가로 배정 받았다. 구체적 명목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경호·경비시스템 강화 등 경호 임무 수행'이다.
정성호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에 확인한 결과, 대통령경호처가 기재부에 예비비 신청을 한 날짜는 작년 9월18일이고 같은달 25일 국무회의 승인이 났다. 예비비는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로 인한 부족한 예산 등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돈으로,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용 부처에서 기재부 장관에게 신청해야 하며 기재부 장관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지출이 끝나고 사후적으로는 국회의 승인도 받는다.
지난 2022년 3월 2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대해 "1조 원이니 5000억 원이니 (추측이) 나오는데 그건 근거가 없다"며 "496억 원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같은해 두 차례에 걸쳐 496억800만 원을 예비비로 편성받아 사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22년 7월 경찰 경호부대 이전으로 56억8472만 원의 예비비를 추가 사용했고, 여기에 이번에 밝혀진 86억 6000만 원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640억5872만 원에 이른다. 다만 정부는 애초 편성된 86억6600만 원 가운데 24억여 원만 사용하고 7억3600만 원가량을 불용처리한 뒤, 54억8500만여 원은 올해로 이월했다.
야당에서는 이에 대해 집기를 이사하고 공사하는 대통령실의 '이사 비용'이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밝힌 이전 비용에는 용산 이전으로 인한 타 부처의 관련 비용 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2022년 3월 당시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이 얘기하는 이전 비용이라는 것은 사무실 책상과 컴퓨터 옮기는 정도의 비용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가진 첨단 안보 장비들, 청와대가 가진 첨단 장비들,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가진 국방뿐 아니라 전국에 걸친 재난 상황에 대한 통제 센터라든가 이런 부분의 이전 비용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계속 불어나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 '개념없이 방만재정'하는 것은 대통령"이라며 "지난해 부자감세와 경제 정책 실패로 세수 결손만 56조 원 규모다. 관리재정 수지는 87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은 대통령의 뻔뻔한 행보와 '개념 없는 방만재정'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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