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반대 토론 중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군 장비 파손'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야권은 "장비는 새로 사면 되지만 아들은 어디서 되찾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의사중계 기록을 보면 4일 새벽 반대 토론자로 나선 주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던 중 "만약에 이게 사망 사고가 아니라 여러 명이, 예를 들어서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군 장비를 파손을 했는데 군에서 조사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일주일만에 조사를 한 다음에 한 여덟 명을 다 군 설비에 대해서 파손 책임이 있으니까 '너네 집에 다 압류를 해놓고 일단 소송을 진행해야 되겠어'라고 한다면 당하는 군 입장에서는 그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수사보고서에 임성근 사단장 등 지휘관 8인을 혐의자로 특정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의 초기 조사과정을 겨냥한 발언이다. 주 의원은 이어서도 "충분한 조사 기간과 본인이 항변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무조건 파손 책임을 물어 가지고 본인 집에 대해서 압류를 한다라고 하면 누가 승복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본인의 비유에 대한 야권 의원들의 현장 성토가 이어지자 "절대 사망사고의 그 엄중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국민들이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게 다 고통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의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는 예시를 제가 한번 생각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망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감정을 걷어내고 조사과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자'는 취지로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물건 파손 사건으로 가정한 셈이다. 그는 "사건이든 파손 사건이든 조사의 체계라 하는 것들은 같은 기준으로 적용이 되야 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중요 물품, 한 20억 쯤 되는 군의 필수 비품이 못 쓰게 됐다라고 했을 때"라고 말해 연이어 장비 파손 비유를 활용, 이번엔 "열심히 보초 선 사람이 한 5분, 10분 화장실 갔다왔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거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 등 초기 조사에서 혐의자로 특정된 이들이 "억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박 전 수사단장의 수사자료 이첩 보류가 정당한 행위라는 비유인 셈이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 의원의 토론 당시 본회의장 현장에 있던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장에서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고 손괴가 아니라 사망"이라며 "장비는 새로 사면 되지만 아들은 어디서 되찾느냐"고 주 의원 발언에 항의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그렇게 생각해서) 물 속에 (해병대원들을) 장비 대신 넣은 건가"라며 "기계는 뒤집어 지는데 사람은 억지로 넣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람을 장비처럼 다룬 건가"라고 주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또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은 자기 논리 세운다고 장비를 사람과 같은 선상에 두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검찰 특수부에, 대통령 측근에 가득하다는 사실이 처참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거쳐 의원이 된 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 또한 이날 브리핑에서 주 의원을 두고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면 젊은 해병의 순직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지, 국민의힘의 인면수심에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인면수심 정권의 민낯"이라고 정부여당을 한 데 묶어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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