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검법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은 무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앞서 "채 상병 순직에 대한 명확한 책임과 진실이 1년째 규명되지 않고 있고, 이미 국민 60% 이상이 특검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을 먼저 상정했다.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부는 민심이 요구하는 바를 잘 받아들여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국회는 정부의 행정권한을 존중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정부에서도 국회의 입법권한을 존중해 신중한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본회의 안건을 일방적으로 상정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즉각 단상 앞으로 나가 "어느 국회에서도 대정부질문이 있는 날 법안처리 안건을 상정한 적이 없었다"며 반발했다. 이에 우 의장은 "어제 이미 예고한 안건이라 순서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상정돼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는다면 대정부질문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여야 원내 수석 간 협의해 언론에 공표한 의사일정에도 법안 처리는 없었다"며 "특검법은 사법 시스템에서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는 것을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가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추천한 인사들로 가득 찬 인사들로 특검이 진행되게 되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채해병 특검법의 정당성과 당위성은 충분하다"며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은 자신과 연관된 문제에 대해 초월해야만 진정한 지도자로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며 "변화의 상징은 대통령과 관련된 채해병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수의 힘으로 오로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야 합의를 통한다는 헌법적 관행마저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특검의 입법 절차를 밟는 것은 공정한 사법 작용을 마비시키는 다수의 폭정"이라며 "민주당은 수사 외압 및 사건 은폐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안의 진실을 완전히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08석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은 국회법 제106조 2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발언시간이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유 의원을 시작으로 나경원·송석준·곽규택 의원 등을 차례로 투입해 이번 특검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토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도 박주민·신장식·서영교·이준석·윤종오 의원들이 차례로 필리버스터 찬성 토론에 참여해 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로 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에도 기자들을 만나 "정쟁용 특검법을 상정하고 처리하기 위한 들러리 대정부질문과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필리버스터로 소상히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서 이날 예정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은 무산됐다. 본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우 의장에 안내에 따라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70명은 유 의원이 토론을 시작한 지 6분 만인 이날 오후 3시 45분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의 종결동의서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24시간 뒤 재적의원 무기명투표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에 관한 표결은 다음날 오후 3시 45분 이후에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는 개의했다. 전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표현한 점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과를 요구하고 민주당은 유감을 표명하기로 원내대표들끼리의 합의를 이루는 데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끝난 뒤 "김병주 민주당 의원 막말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민주당 원내대표께서 대신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얘기했다"며 "그분 방식에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 지켜보면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본회의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한발 물러난 것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유감의 뜻을 표하는 과정에서도 설전과 고성이 오갔다. 본회의가 개의한 뒤 박 원내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어제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파행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유감"이라며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고, 서로 입장이 달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거친 언사보다 정제된 모습으로 국회 운영에 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갔다"고 한 발언에 대해 별도의 사과가 없자 반발했다. 추 원내대표도 항의한 끝에 다시 단상에 오른 박 원내대표는 "우리 당 의원의 거친 언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이상이다"라고 추가로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병주가 나와서 사과하라"고 소리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박수로 화답했다. 회의장 내 소란이 이어지자 우 의장은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야유와 박수를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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