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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죽도록 일했지만, 지인 부의금 보내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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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죽도록 일했지만, 지인 부의금 보내기도 어려웠다"

[연금개혁이 말하지 않는 연금약자 ②] 지금 여기의 빈곤 노인

올해 66살이 된 이명옥 씨. 젊은 시절의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의회에서 의정 보좌관을 하기도 했다. 기자 일도, 보험설계사 일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며 아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길러냈다.

그런 명옥 씨에게도 노년은 찾아왔다. '다양한 직업'의 다른 말은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이었다. 평생 부지런히 일했지만 명옥 씨가 국민연금에 직장가입자로 당연가입할 수 있었던 기간은 4년여에 불과했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명옥 씨에게는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년의 명옥 씨는 여전히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싶어 특수치료 심리상담사, 장애인 직업삼당사, 이주과정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만 8개를 땄다. 간혹 잡지나 언론에 글도 쓴다. 하지만 노인이 된 그를 고용하겠다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편도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명옥 씨의 기본적인 생활자금은 기초연금이다. 부부라는 이유로 20% 감액돼 50만 원 정도가 가계통장에 들어온다. 여기에 기고를 통해 얻는 작은 수익과 아들이 부쳐주는 생활비를 합해 겨우 빈곤선 수준의 돈을 마련한다.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갈 돈은 많다. 공과금만 합쳐도 20~30만 원은 훅 나간다. 생활이 빠듯하니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인의 장례식에 부의금을 내기도 어렵다. 얼마 전에도 자존심을 누르고 '부의금 나갈 데가 갑자기 생겼네'라며 아들에게 돈을 부쳐달라 부탁했다.

명옥 씨는 "노인들 상태가 이렇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며 "최소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품위유지비는 벌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 이명옥 씨(오른쪽)가 친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명옥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이하…1분위 건강수명 65.6세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적절한 소득이 없다면,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공적 연금이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약자는 지금 빈곤한 노인이다. 연금제도의 핵심 기능이 그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상 40.4%였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50%인 144만 원 이하의 돈으로 한 달 생계를 꾸린다는 뜻이다. 같은 해 OECD의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였다.

공적 연금은 노인빈곤 문제 해소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22년 공적 연금 월 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 22만 1000원에 국민연금 36만 9000원을 합쳐 59만 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여기에 12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빈곤선과의 차액은 73만 원이다.

따로 쌓아둔 자산이나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벼랑 끝에 선 노인들이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일을 계속하는 것뿐이다. 2021년 한국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을뿐더러 가난한 사람의 몸이 빨리 닳는다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기대수명은 83.5세였지만, 건강기대수명은 70.9세였다.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 소득자의 건강기대수명은 65.6세로 5분위 73.9세와 8.3년 차이를 보였다.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 빈곤 노인에게 더 많이 줘야" vs "별도 소득보장이 효과적"

지금 빈곤한 노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은 공적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는 조세가 재원인 기초연금(현행 수급범위 소득 하위 70%, 최대 수급액 33만 4810원)의 개혁 뿐이다. '소득 비례, 가입자 기여'가 원칙인 국민연금의 개혁으로는 이미 보험료 납부가 끝난 빈곤 노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

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4월 '연금개혁 500인 공론화 회의'에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 교수는 "기초연금 제도의 단점은 정말 빈곤한 분들한테 급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빈곤한 분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소득 하위 70% 지급 범위를 고수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간 소득 정도로 지급 기준을 변경하고 더 빈곤한 분들한테 많은 급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적연금 제도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공공부조 등 다른 복지제도를 활용할 여지는 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야만적인 노인 빈곤 상황에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빈곤 노인에 대한 주거수당이나 보충적 소득보장제도 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부분 노인이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60만 원 이하"라며 제도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그 이상으로 기초연금을 올리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양쪽 방안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논의의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해결책을 찾는 일을 제1과제로 삼아 고민하는 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이에도 시간이 흐르며 명옥 씨와 같은 빈곤 노인들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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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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