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휴진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연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협의 요구는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행정명령·처분 즉각 소급 취소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의사를 노예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폭압적인 정부가 의사들을 전문가로,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존재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 관료들이 의사들을 공공재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90%는 사유 재산"이라며 현재 해제된 전공의 복귀 명령, 전날 의협 지도부에 내려진 집단 행동 및 집단 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을 겨냥 "정부는 의사가 공공재라는 망상으로 자기 직업을 선택할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매일 초헌법적 명령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을 2만 명으로 신고했고, 경찰은 참석자를 5000~1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사전 파악한 이날 의료기관 휴진 신고율은 4% 정도다. 이에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날 의협의 집단 휴진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날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갔고, 나머지 상급종합병원인 '빅5'도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서울대병원·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4곳의 교수 967명 중 529명(55%)이 수술·진료 등을 연기하며 이에 동참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의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내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결의했고, 이후 휴진을 연장 여부는 정하지 않았다. 가톨릭의대와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무기한 휴진 여부를 각각 논의 중이다.
집단 휴진에 대해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어제 일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있었고 오늘은 대한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져버린 불법 행위에 엄정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말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과 모집 요강이 발표되며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강조한 뒤 "진정한 의료 개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의료 현장의 의견이 중요하고 의료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의사들에게 대화 테이블의 복귀를 촉구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이고, 집단 진료 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 불법적 상황을 계속해 의료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면 극단적인 경우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병원 노동자들도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비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서울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 일부 의사들이 국민 지탄에도 불구하고 끝내 불법 휴진에 들어갔다. 의료인이자 교육자인 이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팽개쳤다"며 "정부가 그간 미온적 대응으로 지금의 사태 악화를 불러왔다. 그 결과 의사들을 정부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특권층으로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연합회는 정부에 "불법행동을 하는 의사들을 법대로 처리하라"며 "지금이라도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 불법에 가담한 의사들에 대해 예외 없이 행정 처분과 사법 처리, 면허 박탈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성명에서 "의사 증원은 국민의 요구다. 의사 집단은 민의를 인정하고 수용하라"고 의사들을 비판하며 정부에도 "대화를 시작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