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실거주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고도 하고, 종부세가 성역이 아니니 폐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도 한다. 서민 정당 꼬리표도 떼버리자고 한다. 모두 총선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꺼낸 이야기들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곧바로 받아서 종부세는 "사실상 폐지"하고 상속세는 "최고세율 30%까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기획재정부와 여당이 신중하다. 여당의 세제특위는 세수 감소를 걱정했고, 기재부 역시 1주택자 종부세를 없애주는 것보다 세수에 영향이 적은 다주택자 중과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세수 펑크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까. 7월에 정부가 2025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제 세법 개정의 주도권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에 있다. 그리고 그 야당이 어느 때보다 부자감세에 관심이 크다. 여야가 다투는 척 하다가 주고받기를 통해 종부세, 상속세, 대주주 할증과세를 모두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부세 폐지 꺼낸 고민정에 "떠나라"…의견제시도 막는 민주당 [사설](24.05.26 매일경제)
[사설] 종부세·상속세, 국제 기준과 경제 살리기에 초점 맞춰 개편하라(24.05.31 서울경제)
[사설] 종부세 폐지·상속세 완화, 국회에서 제대로 붙어보라(24.06.02 한국경제)
종부세 폐지론 나오자...강남 '똘똘한 한 채' 역대 최고가(24.06.09 중앙일보)
[기획] 종부세 완화 혹은 폐지 시 '세수 펑크' 우려(24.06.12 매일일보)
[사설] '폐지'까지 거론하는 종부세, 누더기 만들어선 안돼(24.06.03 한겨레)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에 경제신문들은 열렬하게 호응했다. <한국경제>는 "국회에서 제대로 붙어보라"며 고민정 의원을 응원하는 듯한 사설을 실었다. <매일경제>도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잘못된 사안들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막지만 말고 숙고해 취사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까지 재정수지 적자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간데없다. <중앙일보>는 종부세 폐지 움직임과 맞물려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일보>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폐지가 "중장기적인 국고 부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고, <한겨레>는 부자감세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인 사설을 내보냈다.
종부세 폐지론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팩트와 의견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을 또 열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종부세를 낼 정도의 자산을 소유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그만큼 민감하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래서 실제 산식을 가지고 종부세 계산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공시가격-기본공제액) × 공정시장가액비율 = 종부세 과세표준
당연히 주택가격이 필요하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의 주택가격은 실거래가가 아니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 공시가격은 윤석열 정부가 이미 시행한 감세 4종세트 중 1번이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고,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이 69%라고 주장하지만, <연합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64.4%밖에 안 된다.
감세 4종세트의 두 번째는 기본공제액 상향이다. 2022년 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하에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상향 조정했다. 그래서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본공제액은 12억 원이 되었다. 그런데 부부 등 가족 2인의 공동명의인 경우 1인당 9억씩, 18억 원까지도 공제가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종부세 공동명의'라고 쳐보면 정보가 한가득 나온다.
어쨌든 공시가격 12억 원 미만(2인 공동명의인 경우 공시가격 18억 미만)인 주택은 종부세 계산식에서 이미 탈락이다. 공시가격이 12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공시가격-기본공제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100%를 목표로 올리고 있었던 것을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로 낮춰버렸다. 감세 4종세트 중 3번째에 해당한다. 0.6을 곱하니 금액은 팍팍 줄어든다.
(종부세 과세표준 × 세율) - 재산세 중복분 = 종부세 산출세액
이렇게 구한 '종부세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종부세 산출세액이 된다. 감세 4종세트 중 4번째가 세율이다. 지난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세법을 개정해서 세율도 낮췄다.
세율을 곱하고 나서는 재산세 중복분을 차감한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둘 다 부과하게 되는 구간의 세금을 빼주는 것이기 때문에, 종부세가 '이중과세'라는 일부 언론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종부세 산출세액 – 고령자 공제 – 장기보유특별공제 = 종부세 납부세액
종부세 납부세액 + 농특세(종부세 납부세액의 20%) = 종부세 합산금액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1주택자의 경우 고령자 공제(20~40%)와 장기보유특별공제(20~50%)가 세액공제로 들어간다. 고령자들은 보통 주택을 장기보유한 사람들이므로 두 공제를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다. 언론에서 많이 걱정하는 '고가의 집 한 채만 있고 소득이 없는 고령자'는 최대 8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종부세는 이처럼 각종 공제 및 감면 장치가 많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감세 4종세트 덕분에 2024년 현재 웬만한 집은 종부세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광진 래미안파크스위트를 한번 보자. 107동 111㎡의 경우 지난 4월 14억5000만 원에 실거래된 기록이 있지만, 공시가격은 최고 9억500만 원이다. 이 집을 소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를 계산해 볼까? 계산할 것도 없다. 공시가격이 12억 미만이니 종부세는 0원이다.
강북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알려진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로 가보자. 전용 84㎡ 실거래가가 지난 3월 기준으로 18억4500만 원이다. 광진 래미안파크스위트보다 비싸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11억6400만 원이므로 1주택자 종부세는 역시 0원이다.
그럼 어떤 집이어야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낼까? 역산을 해보자. 정부의 발표를 인정해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69%라고 치더라도 다음과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2,898,550,000
즉 아파트 기준으로 실거래가가 28억 원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종부세를 내게 된다. 아무리 봐도 전 국민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 지난 5월 33억 원에 거래된 반포동 반포자이 116㎡. 1주택자 기준으로 이 정도는 되어야 종부세를 낸다. 이 평형의 공시가격은 24억300만 원이다. 부부 공동명의가 아니라고 가정하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억2180만 원. 세율 표에 따라 "360만 원 + 6억 초과분의 1%"를 구하면 종부세 산출세액은 481만8000원이다. 여기서 재산세 중복분을 차감한 종부세 산출세액은 351만8760원이다(12억3000만 원×60%×45%×표준세율 0.4%=129만9240원을 뺀다).
5년 보유한 주택이라고 치면 산출세액의 20%가 공제되므로 70만3752원을 또 빼야 한다. 이렇게 구한 종부세 납부세액은 281만5008원. 농특세 20%를 합친 종부세 합산금액은 337만8010원이다(세부담 상한은 고려하지 않음). 그런데 이 주택의 실거래가는 2017년 10월에 18억5000만원이었던 것이 2022년 38억원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33억원으로 조정된 상태다. 7년간 시세차익만 14억 원이 넘는다.
종부세가 이미 "누더기"라는 고민정 의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서 주택을 100채 가진 '빌라왕'도 종부세를 내지 않게 만들었고, 윤석열 정부는 감세 4종세트를 통해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을 1년 만에 3분의 1토막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주택분 종부세는 납부 인원이 40만8000명(전년 대비 66% 감소), 결정세액이 9000억 원(71% 감소)이었다. 정부는 종부세가 납부 인원과 세액 양 측면에서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2023년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한 40만8000명은 전체 인구의 0.8%에 해당하며, 가구 수로 따져도 전체 가구의 1.8%밖에 안 된다. 이런 세금을 더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일까?
이번에는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이야기를 해보자.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에 종부세에 손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종부세 납세자들의 저항을 부담스러워했다. 김수현 전 수석은 종부세가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누진 구조로 징수하는 세금이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했고, 부동산 시장은 이런 기류를 놓치지 않고 반응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임대개시일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 원 미만의 주택을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라는 혜택이 주어졌다.
신호를 감지한 투자자들은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집을 사들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주머니 속에 대책이 많이 들어 있다"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다 집값이 폭등한 후에 '핀셋 규제'와 증세를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이, 법인이 보유한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낮은 세금 부과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종부세제를 개선하고 보유세 전반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세제개혁의 좋은 기회는 날아갔다.
그렇다면 어느 지식인의 주장처럼 종부세가 정권 교체를 '촉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주택가격 폭등이 원인이고 종부세 인상은 그 결과였다. 개개인이 자기가 사는 집의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닌데 갑자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 그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가주택 소유자들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청년과 무주택자들이었다. 무능이든 다른 어떤 이유든 간에 문재인 정부가 불평등을 끝없이 확대하고 희망을 빼앗았기 때문에 지지층이 떠나갔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금은 원래 내기 싫은 법이다. 지금 종부세가 싫다는 계층과 세력은 보유세제를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문제점을 찾아낼 것이다. 그래서 종부세를 누가 얼마나 많이 냈는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중 누가 억울한가라는 논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큰 틀에서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 한국 사회의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2022년 기준으로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0.324를 기록했지만 순자산 지니계수는 0.606에 달했다. 또 2023년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으로 10분위에 속하는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43.5%를 보유하고 있다. 1분위 가구는 평균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되어 있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시장소득의 축적이 자산이 되고, 자산소득의 격차를 시장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런 메커니즘이 멈췄다. 자산에 공평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도 합의하지 못한다. 종부세 납세자와 잠재적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노동으로 얻은 소득을 더 우대하는가, 아니면 투자나 투기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의 이익을 더 우대하는가? 세제를 보면 후자인 것 같다. 땀과 노동의 가치가 위에 있는가, 아니면 토지와 콘크리트가 위에 있는가? 토지와 콘크리트가 확실히 위에 있다. 그래서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제조업이 무너지고 지방이 소멸하는데도 정치인들이 재건축과 부동산 감세를 위해 열심히 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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