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정치권의 종합부동산세 폐지‧완화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매번 싸우다가도 재벌·부자 감세에는 합을 맞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종부세 폐지에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년, 세입자, 주거시민단체의 연대체 '주거권네트워크'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달 31일 종부세 폐지 검토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비판한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처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종부세 폐지 주장의 첫 포문을 열자,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1주택자의 종부세 기준 금액을 12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주도로 종부세 '개악’이 거론되고 있다"며 "종부세 개악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며, 자산불평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거대 양당은 매번 싸우다가도 재벌이나 부자들 세금을 깎아줄 때는 합이 잘 맞는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에 동조한 결과 2027년까지 64조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역할 약화에 민주당의 책임이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부세는 수억 원짜리 고가 아파트의 세금이 중형 자동차 세금보다 턱없이 낮은 불합리한 세제를 정상화하고,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 등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며 "보유 부동산 가격에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종부세 도입의 취지인데도, 민주당은 1주택자 또는 실소유자 도그마에 빠져 종부세를 개악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부세 개악은 우리 사회의 자산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더러 부동산 교부세 형태로 전액 지방정부에 나눠 주는 종부세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고, 이중과세도 아니다"며 "종부세는 참여정부가 보유세의 단계적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기 위해 한국적 상황에서 고안한 제도"라고 말했다.
남 소장은 특히 민주당을 향해 '민생을 챙겨야 한다, 불평등을 해소하겠다 '는 정당이 종부세 개악을 언급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2022년 1주택 종부세 대상자 공제금액을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린 것도 민주당의 합의가 있어서 가능했는데 이제는 직접 나서서 16억 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21대 국회가 시작될 때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만들어졌다"며 "세입자 권리가 조금이나마 늘어났고, 주택문제 그리고 주거문제가 정의와 민주의 방향으로 한발자국 나아간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를 개악해 대한민국의 주택정의, 주거정의를 퇴행시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종부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은 '초부자들에 대한 초감세'"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집을 소유하지 않는 서민 세입자들은 집값 상승에 따른 전월세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며 "지금 국회가 할 일은 올라간 집값에 따른 정상 과세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재정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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