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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왜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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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왜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가

[배제와 차별을 넘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②

작은 사업장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어째서 법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걸까요? 작은 사업장은 정말 지불능력이 없는 걸까요?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작은 사업장을 둘러싼 숱한 의문과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 해답을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연속기고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찾아보려고 합니다.필자주

[배제와 차별을 넘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

작은 사업장 노동자 쥐어짜는 ‘다단계 하청구조’ 더 이상 안 된다 / 임용현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사무국장

② 법은 왜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가 / 조영신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운영위원(법무법인원곡 변호사)

③ 지불능력을 이유로 배제될 수 없는 노동권에 대해 / 엄진령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운영위원

④ 권리보장 요구의 목소릴 더 크게!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함께 나서자 / 이미숙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위원장

▲최저임금을 주제로 한 월담노조 홍보물 배포 모습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 법제도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배제·차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노동법령은 작은 사업장 노동권을 사각지대로 밀어 넣고 있다.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 규모에 의해 권리가 축소되거나 박탈된다는 것은 노동의 최저기준을 정하고자 한 노동법의 본질이 침해된 것이지만, 헌법재판소는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국가의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해야 하므로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5명 미만 적용을 배제한 근로기준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배제와 차별을 낳는 법과 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수가 다섯 명이 되지 않는 사업장이다. 이 '5인'에는 고용주와 그 가족,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임시직원이나 파견되어 일하는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서류상에는 '5인 미만'이라고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사업장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업의 규모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중소기업 버금가는 규모의 사업장일 수도 있다. 5인이라는 기준이 영세사업장을 골라낸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5인 미만'이라고 분류되는 순간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많은 노동법령의 적용이 배제된다. 주 40시간 근로시간(연장근로 주 12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고, 유급휴가 및 대체휴가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조항들도 전부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사업주 등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의 의무규정도 일부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 개정으로 관공서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규정되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만큼은 유급휴일이 아니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5인 미만'으로 만들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한다. 사용자로서는 많은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고, 고용에 대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일부를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 사업자로 둔갑시키거나 사업장을 둘 이상으로 나눠서 한 사업장의 직원 수를 5인 미만으로 맞추는 식의 방법이 동원된다.

'근로기준법'에서만 작은 사업장을 배제하고 있는 게 아니다. 채용절차에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3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노동안전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많은 규정들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법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은 곧 근로감독 등 작은 사업장에 대한 법 집행 감시 및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적용배제되는 규정들은 차치하더라도 적용이 되는 규정들은 잘 지켜져야 할 텐데, 그 부분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 규모별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수의 비중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약 78.6%를 차지했다.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2016년 40%에서 점차 증가하여 2020년에는 45.4%로 나타났고, 임금체불액도 2016년에 26.7%에서 2020년 32.3%로 증가했다.(이슈리포트, 2016~2020년 임금체불 현황 분석 보고서, 참여연대, 2021. 2. 9.)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의무는 작은 사업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모든 사업주에게 공통적으로 부과되는 기본적인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사업장에 유독 자주, 많이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사업주의 재정능력 부족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노동조합이 미조직된 상태여서 사업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법위반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고, 또 더 중요한 점은 선제적으로 법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임금체불 사건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더 자주, 더 많이 근로감독을 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법령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하고, 제도는 차별한다.

배제와 차별의 결과

2022년 기준 50인 미만 사업체는 전체 사업체의 98%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체에서 고용보험이 적용되어 일하는 노동자수는 전체 노동자의 51.2%다. 한국사회 노동자의 절반은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를 기준으로, 2021년 5인 미만 사업장 임금노동자는 252만7846명이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3.4% 수준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주당노동시간이 매우 길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전체 사업장 노동자 1만8422명을 대상으로 실근로시간을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37.6시간으로 모든 규모의 사업장(평균 36.1시간)을 통틀어 가장 길었다. 반면 월평균 임금은 183만5천원으로 가장 낮았고, 전체평균(286만3000원)에도 한참 못 미쳤다.(밀려난다, 열악한 곳으로…떠나지 못한다, '5인 미만'의 굴레, 경향신문, 2024. 4. 30.)

산업재해도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3분기 동안의 사고사망자는 총 590명인데 그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만 202명이 사망했다. 전체 34.2%다. 5인 이상 49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264명이 사망했다. 전체 44.7%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78.9%가 발생한 셈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받는데, 더 많이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사망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배제와 차별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열악한 영세사업장의 현실 및 국가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고려하였을 때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보호법'을 연내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약자'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토론회에서의 발언을 토대로 판단할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종사자, 비정규직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의 범위를 확장하여 모든 노동자들에게 다 법률이 적용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을, 왜 별도의 법안을 만들어서 굳이 '보호'를 하겠다는 것일까. 영세사업장을 위한다면서 지속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을 추가해 오던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 고갈을 막는다면서 실업급여도 반복수급하면 최대 50%를 감액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조차 유예시키려고 하던 정부가, 그러니까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지를 보이지 않던 정부가, 왜 갑자기 다른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일까.

외려 '노동약자보호법' 제정 계획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배제와 차별의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일반 노동자들과는 '다른' 노동자로 규정하고, 그 규정을 고착화하여 배제와 차별을 지속해내기 위한 것. 하나의 노동자로 묶어 일반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갈라치면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 그렇게 해서 '다른' 노동자에 대한 의무를 방기하려는 것.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불안정노동자가 '2등 노동자'냐고 절규해 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그 노동자들을 노동법 안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고용안정을 더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평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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