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이른바 '오물 풍선' 도발에 대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한 간 '삐라' 신경전이 결국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은 오늘 오후 14시 30분 긴급 NSC 상임위를 개최해 최근 북한의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우리에 대한 복합도발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 5월 31일 정부 입장을 통해 예고한 대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는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이며, 북한 정권은 이러한 저열한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과 우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북한의 어떠한 추가적 도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확고하고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실 수 있도록 국민 안전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장 실장이 주재하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장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물 풍선, gps 교란 등의 도발은 수준 이하의 아주 구질구질한 도발이고 탄도미사일의 경우는 장거리든 단거리든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분명히 경고하는데, 오물풍선 등 도발 등은 다시는 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복될 경우 우리의 대응 강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장 실장은 "정부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북한 도발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장 실장이 말한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확성기(방송) 재개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재개할 경우) 그를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다만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보다는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된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래야 북한 측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만 했다.
그는 조치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할 것이다. 시간 끌 생각 없다"고만 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을 왜 군사분계선 남측에서 바로 격추하지 않고 남쪽으로 넘어오게 두는지 묻자 이 고위관계자는 "공중에서 터뜨렸을 경우에 오물들이 오히려 분산돼 떨어져서 피해 지역이 넓어질 수 있고 처리도 복잡해진다"며 "낙하 후에 수거하는 게 보다 안전하고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여러 분석들이 언론에 나왔다. 정찰위성 실패, 한일중 정상회의 반발도 있을 것이고, 마치 지금 한반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자신들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있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대북정책을 바꾸려는 의도가 제일 바닥에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국방장관 "오물풍선 살포, 정전협정 위반"
앞서 이날(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한미 양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이 정전협적 위반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1차 아시아안보회의, 이른바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한 양자 회담에서 이같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신 장관은 유엔군사령부의 오물풍선 관련 공식 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두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각종 위협적 발언 등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무분별한 행위를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으며, 지난달 27일 이뤄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오물풍선 사태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당정은 금번 도발에 대해 "정상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저급하고 치졸한 행위이자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로 규정하면서 "심각하게 인식하고,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행안부·과기부·해수부·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당정 간 협의 결과를 전했다.
북한, 주말에 오물풍선 720여개 또 살포…수도권·충청 넘어 경북까지
앞서 북한은 토요일 휴일인 지난 1일 밤 7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추가 날려보냈다. 지난달 28∼29일 오물풍선 260여 개를 남쪽으로 날린 지 3일 만이다.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일 오후 8시부터 풍선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이튿날인 2일 오후 1시까지 서울·경기·충청·경북 등 지역에서 720여 개가 발견됐다.
이번에 살포한 풍선에도 지난번과 유사하게 담배꽁초, 폐지, 천조각,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들어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은 "풍선 부양 원점에서부터 감시·정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항공정찰 등을 통해 추적해 낙하물을 수거하는 등 국민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는 떨어진 오물풍선을 발견하시면 접촉하지 마시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SBS는 서울 목동 사옥 주차장에서 풍선에 실려온 오물 일부가 발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은 "주차장에는 북한이 날려 보낸 흰색 대형 풍선은 없었고, 30센티미터 정도 너비의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풍선은 날아가고 쓰레기만 투척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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