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노동자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그간 사업장 내 피폭 가능성을 부정해 온 삼성의 주장이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와 삼성에 철저한 원인 조사와 방사선 안전 장비 점검, 안전 교육 내실화 등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삼성노동조합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30일 공동성명에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백혈병 등 직업병 사건에서 방사선 피폭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흥공장 피폭 사고가 "이런 주장이 거짓임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은 '설비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터락(방사선 설비가 열리면 방사선 발생을 중단시키는 장비)을 해제하고 작업했다'고 산재 신청 과정에서 증언했다"며 "이에 대해 삼성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락을 해제하면 설비가 셧다운된다'고 반박했다"고 했다.
단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2010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박지연 씨의 산재 역학조사에서 인터락의 존재를 근거로 일상적인 작업에서의 방사선 노출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고, 비정상 작업 시에도 피폭 우려가 매우 적다는 의견을 내 직업병 피해자 측의 의견을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피폭은 노동자들이 수리를 목적으로 방사선 발생 장비의 문을 열고 내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과거 직업병 사건에서 삼성이 주장하고 원안위가 받아들인 것과 달리 방사선 장비 문이 열렸는데도 인터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앞서 2019년 원안위가 사측에 4000만 원의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내린 '서울반도체 현장실습생 피폭 사고' 당시에도 인터락이 센서를 가리는 간단한 조치만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바 있다.
전삼노와 반올림은 이번 사고로 그간 문제 없다고 주장해온 방사선 발생 장비의 안전장치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원안위는 삼성에서 아용되는 방사선 설비 전체에 대해 피폭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삼성전자만 관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업장의 방사선 사용장비에 대한 안전관리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또 사업주가 방사선 업무를 하는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고용노동부에 "삼성이 방사선 업무 노동자 교육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실태조사에서 안전보건교육이 온라인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고도 지적했다.
끝으로 단체들은 "삼성에서는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에게 개인 부주의가 원인이라며 징계하거나 징계성 하위고과를 주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때문에 일하다 다쳐도 산재처리는 고사하고 제대로 치료 받지도 못하고 감추는 노동자가 많았다"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우려한 뒤 "피폭된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전가되지 않도록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노와 반올림은 앞으로도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피폭 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서울반도체 현장실습생 피폭 사고' 때는 시민사회와 국회 등의 요구로 원안위가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서울반도체에 책임을 물었는데, 삼성을 상대로 원안위가 제대로 조사하고 대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한기박 전삼노 쟁의대책위원장은 "어제 오늘 사실관계 확인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사측이 거부했다"며 "공문으로 다시 정식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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