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안이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채 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의,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에 의한 특검법"이라며 법안 상정 시 반대표결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개회일인 28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법안들은 모두 법적 검토, 사회적 논의,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아 여야합의도 실패한 법안들"이라며 "이런 졸속입법을 국민의힘은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전세사기 특별법, 양곡관리법 등 쟁점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겨냥 "법안통과를 강행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해서 또 다시 탄핵을 외치려는 민주당의 전략"이라며 "국정운영을 발목잡고 여야 간 정쟁으로 민주당의 선명성만 부각시키려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본회의 최대 쟁점법안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 법은 민주당의,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에 의한 특검법"이라며 "이 법이 가결되는 순간 민주당은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탄핵열차의 시동을 걸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무분별한 입법폭주를 막아내겠다"며 "다수당의 횡포로 입법폭주가 진행된다면 거부권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에 이어 특검 반대 입장을 재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대상으로) 특검을 하겠다고 할 때에는 그만한 근거가 나올 때 해야 되는데,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 볼 것도 없다, 우리 특검하자'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정부 여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VIP 격노설'에 대해서도 "격노했다는 그 사실 자체를 분명히 해야 되고 그 다음에 그 격노가 무엇으로 격노했느냐, 과연 격노가 어떤 수준에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했느냐, 이걸 밝힌 다음에 얘기를 해야 한다"며 "격노했다, 그것만 가지고는 우리가 판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공수처의 기본적인 사실과 확인, 또 그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 저희들 입장인데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잖나"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반대 표결을 공식 당론으로 세우는 등의 대응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 "당론을 반대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의총을 통해 정할 것"이라고 했다.
단체기권 등 다른 대응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패나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함에 넣는 방식" 등을 두고 "현재까지 지도부에서 공식적으로 단체기권을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는 없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5명이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표결을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의원들이 본인의 견해를 표명한 것에 대해 일일이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그는 다만 추가 이탈표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당초 말씀드린 방침에서 이탈하는, 다른 목소리를 추가로 내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론과 관련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시엔 민주당 측이 표결을 당론으로 정한 것을 비판했다'는 지적엔 "의총을 통해서 의견 모아 정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많은 의원님들께서 그 뜻에 동의하고 계시다. 이번에 우린 단일대오로 대응해야 한다는게 대부분 의원들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의총을 통해 반대 표결을 당론으로 정할 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추후 징계 등에 처해질 수 있어, 당론이 찬성파 의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찬성 표결 입장을 밝힌 김근태 의원은 '당론에도 불구 찬성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존중을 기반으로 저는 저의 소신을 밝히려고 한다"고 찬성 표결 입장을 재강조했다.
본회의 개회일인 이날까지 공식적인 찬성표는 5표에 그친 가운데, 여당 내에선 재표결을 통한 특검 통과 여부보단 '찬성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법 부결 시 제22대 국회에서의 재발의를 예고하고 있는데, 여소야대 현상이 심화된 22대 국회에선 여당 내 이탈표가 8표만 나와도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유상범 비대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행히 (특검에 찬성한) 이번 다섯 분 중에 네 분이 22대에서는 저희가 같이 참여하지 않는 분"이라면서도 "21대 상황과 22대 상황은 조금 다르다, 숫자가 많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조금 더 저희가 집중을 해야 되고, 조금 더 많은 의견 일치를 봐야 되는 상황"이라고 경계심을 표했다.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한 신지호 전 의원은 "(이번엔) 부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는데 부결되더라도 예를 들어서 이탈표가 한 10표 정도 나온다? 그럼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특검 반대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이 붕괴되는 그런 정치적 타격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신 전 의원은 한편 당론을 통한 이탈표 단속 시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이 공수처 설치법 처리 시 반대파였던 금태섭 전 의원을 당론 위반으로 징계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국회의원은 그런 당론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당시) 그 국회법을 어긴 징계라고 굉장히 국민의힘 쪽에서 비판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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