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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153일만에 등장한 김건희,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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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153일만에 등장한 김건희,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정희준의 어퍼컷]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통째로 날아간 이유는?

지난 3일 금요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하여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그러자 7일 화요일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부활하고 이 자리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앉힌다. 13일 월요일 법무부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1~4차장검사를 전원 교체했다. 13일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중앙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검찰이 정리(?)되자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다. 사흘 뒤인 16일 대통령실은 한-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에 참석한 사진을 공개했다. 작년 12월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 불거지자 잠적(?)한지 153일 만이다. 사흘 뒤 19일엔 불교계 사리 반환 행사에 윤 대통령과 함께 169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뒤 21일엔 첫 단독 일정으로 우크라이나 아동미술 전시행사에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통째로 날아간 이유는?

많은 이들은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지휘부가 전격 교체되자 김 여사가 등장했다고 한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 김 여사의 등장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교체한 것 아닌가?

국가의 주요 권력기관인 검찰의 인사는 주말도 없이, 긴박하게, 전격적으로 군사작전 하듯 이루어졌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 만에, 또 민정수석실 부활 6일 만에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몽땅 잘려 나갔고 검찰총장의 참모들도 교체됐다. 송경호 지검장은 원래 '尹라인'으로 알려졌지만 '여사님'을 중심에 놓고 보면 네 편, 내 편도 새로 짜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는 '김건희 지키기'라는 이야기가 헛말이 아닌 듯 싶다.

지금 정치는 특검 정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탈표를 막기 위해 '올코트프레싱'에 나섰다. 이미 네 명의 소속 의원이 찬성 의사를 공개한 상황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채상병 특검 저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바로 뒤에 김건희 여사 특검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김건희 특검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윤·한 갈등의 이유는?

윤 대통령에게 특검 저지가 '급한 불'이라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골치 아픈 불'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서로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간 상태다. 왜? 자기가 비대위원장에 앉혀줬는데 비대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아내를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훈 당대표'가 현실이 되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거라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동훈도 옛날 한동훈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에게 들이받았듯 한동훈도 "나는 당신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맞먹으려 할 것이다. 윤석열의 과거는 곧 한동훈의 미래다.

제 기능 못하는 검찰과 집권 여당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해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의혹 사건으로 대통령의 처남을 검찰에 송치하고 올 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을 대통령실에 전달해 못마땅하던 차 명품 가방 수사에 들어가자 지체 없이 진압에 나섰다. 인사는 메시지다. 국가기관이 '여사님'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해야 할 수사를 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집권 여당은 국정을 논하기도 바쁜 와중에 '여사님' 눈치 보며 '김건희 수호'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경제도 민생도 엉망인 지금 지난 정부 대통령 배우자의 해외 방문을 가지고 특검을 하자며 물타기 나서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또 '여사님'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실)과 집권당 대표 격인 사람이 갈등을 빚고 너 나가라, 나 못 나간다 공방을 벌이고 결국 사이가 틀어지는 모습을 온 국민이 계속 지켜봐야 하나. 국민 눈치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제2부속실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민주당도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 설치를 권했다. 아마도 21대 국회에서 보기 힘든 양당 의견 일치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2부속실을 만들지 않는다. 빗발치는 여론에도 꿈쩍 않더니 오히려 '김건희 여사 방탄용'이라 의심받는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제2부속실에 무슨 악귀신이라도 씌였는가. 도대체 왜 안 만드는 것일까.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후 2층과 5층의 집무실을 부부가 함께 사용한다는 대통령실 발표가 있었는데 이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런데 제2부속실을 만들지 않고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니 한편 이해가 간다. 대통령실 전체를 쓰겠다는 의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대통령 취임 초기 만5세 입학 논란부터 잼보리, 부산엑스포를 거쳐 최근의 대파, 직구, 연금 논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실은 관리능력, 판단력은 고사하고 정보력마저 의심케 한다. 역대 최약체 비서실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집권 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또다시 참패했다. 레임덕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시작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검찰은 권력자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국정 난맥의 한 가운데 여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공개 행보에 나섰고. 정말 묻고 싶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김건희 여사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찾아 우크라이나 어린이 60명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전쟁에서 사용된 방탄판 위에 그림을 얹힌 형태의 예술품을 전시한 '설치물 존'의 발레리아 스트로쥬크 '빼앗긴 어린 시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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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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