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국민의힘에 '채상병 특검법' 가결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탄핵 언급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수차례 '탄핵'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에 질세라 "정당한 이유가 없는 법률안 거부권의 남용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며 탄핵을 거론했다.
정 최고위원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이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 이재명 죽이기를 한 축으로 김건희 여사 수사 방해와 윤 대통령 본인 수사 방해를 한 축으로 진행됐다고 가정해보면, 그 가정이 진실로 드러난다면 권력 사유화가 분명하고 그것은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는 법 위배이고 이는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채상병 수사 외압의 실체가 대통령으로 드러난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 엄청난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마일리지'가 쌓이고 있는 만큼 탄핵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를 거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양심 있는 표결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의 이탈표는 양심표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거부권을 반대하는 압도적인 국민의 여론을 등지고 반대 표결을 한다면 불의한 권력과 함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며 여당에 특검법 처리 동참을 압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왜 탄핵되었는가? 헌법재판소 판결을 읽어 보겠다"며 판결문을 낭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 인용문을 한번 읽어보시고,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대여 공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국혁신당도 탄핵 정국 분위기 조성에 가세했다. 조 대표는 24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헌법학회의 거두인 고(故) 권영성 교수의 <헌법학원론> 책 2006년 판을 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법률안 거부권의 남용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기에 정확히 해당되는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고 본다"면서 "(대통령이) 자기 자신의 범죄 혐의, 자기 가족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법안을 거부한다. 이건 전형적으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조국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범야권 6개 정당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오는 25일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범국민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25일) 오후 3시 서울역 앞으로 모여달라"며 "끝내 국민을 거역한 무도한 정권에 책임을 묻고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주권자의 힘을 보여달라"고 참여를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통해 탄핵 정국을 유도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탄핵이 일상화된 당이 민주당이다. 탄핵 전문 정당이냐"라며 "정치 깡패도 아니고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오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냐"라고 비판했다.
야권 안에서도 탄핵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3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당시 역풍이 불었던 점을 언급하며 "탄핵이나 퇴진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국회가 할 수 있다는 이런 것을 근거로 탄핵을 먼저 움직이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조금 조심해야 되고 잘 생각해 봐야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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