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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에너지화는 방콕의 생활 쓰레기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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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에너지화는 방콕의 생활 쓰레기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초록發光] 당국은 혁신 강조하지만…악취·발전효율 문제 산적

태국에서 오랫동안 지낸 나에게 기쁨을 주는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시장에 들러 반찬, 간식, 과일, 음료수를 양손 가득 사 들고 집에 가는 길은 엄청난 더위와 습도를 잊게 할 만큼이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태국에 여행 와본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저렴한 물가에 맛있는 태국 음식, 상인들의 친절함까지. 이래서 태국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마냥 행복해할 수 없는 건, 일회용품, 비닐 등을 포함하여 생활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번 장을 봐오면 비닐봉지가 최소 5개 이상은 나오고 깨끗한 비닐봉지는 나중에 쓰레기봉투로 다시 쓰려고 고이 접어놓아도 선반 한 칸을 이미 가득 채울 정도가 됐다. 텀블러와 개인 용기, 천가방을 쓰고 있어도 계속해서 쌓여가는 비닐봉지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불편한 마음이 더 커져만 가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일회용품 사용량과 생활폐기물은 태국 정부와 방콕시에도 심각한 문제다. 방콕의 경우 매일 1만564톤가량의 생활폐기물이 수거되고 있으며(방콕시민 하루 1인당 평균 1.53킬로그램의 쓰레기 배출) 동부, 서부, 북부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집하된 후 각 처리장 내에서 일부 소각, 매립되고 나머지는 방콕 인근 지역의 최종 매립장(나콘파톰, 차층사오)으로 이동되어 처리되고 있다. 방콕에서 수거된 생활 쓰레기 중 70%가 매립되고 있으며 재활용 비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생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국 정부는 폐기물관리 마스터플랜을 통해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첫째, 3R(Reduce, Reuse, Recycle) 원칙을 준수하여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둘째, 폐기물 활용과 폐기물 에너지화(waste to energy, WTE) 기술을 통해 생활 쓰레기와 기타 유해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처리 방안을 확립하며, 셋째, 관련 부문이 폐기물관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1차 폐기물관리 마스터플랜(2016~2021)이 종료된 후 2차 폐기물관리 마스터플랜(2022~2026)이 발표되었다. 방콕시는 2032년까지 방콕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50% 이상을 소각하여 전기를 생산할 계획을 밝히며 WTE 발전소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방콕시와 발전회사는 WTE 발전소가 필요한 이유로 매립의 문제점과 한계를 들고 있다. 매립 후 폐기물이 분해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쓰레기 배출량의 증가로 인해 방콕 인근 매립지의 수용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매립의 경우엔 먼지와 악취, 오염된 침출수와 같은 환경오염과 보건 문제로 지역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수거된 쓰레기를 소각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WTE 발전은 매립지 부족으로 인한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홍보되고 있다. 방콕시는 이를 '친환경 혁신(eco-innovative)' 발전소이자 '더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방콕(A greener, cleaner Bangkok)'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TE 발전은 태국 정부의 전력수급계획(PDP 2018-2037 Rev. 1)에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어 포함되었다. 2050년 탄소중립, 2065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는 태국은 2037년까지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의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태양광, 바이오매스, 풍력, 수력에 비해서는 적지만, 2018~2037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400MW에 해당하는 WTE 발전소가 신규 건설될 예정이다.

현재 방콕에는 넝캠(서부) 폐기물 처리장에서 하루 5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는 9.8MW 규모의 WTE 발전소가 있다. 또한 넝캠 폐기물 처리장과 언눗(동부) 폐기물 처리장에 각각 하루 1000톤의 폐기물을 소각할 신규 WTE 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2026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언눗(동부) 폐기물 처리장에도 WTE 발전소가 있었으나 악취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산업업무국의 조사 결과 악취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것으로 밝혀져 결국 공장법(Factory Act 1992)에 따라 2022년 발전소 운영 중단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넝캠 WTE 발전소에서 내려다본 넝캠 폐기물 처리장의 전경. 좌측 집하장 뒤로 신규 WTE 발전소의 건설 현장이 보인다. (필자 촬영_2024.04.22.) ⓒ유예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콕시와 발전회사는 끊임없이 배출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WTE 발전소를 혁신적인 해법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환경영향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우선 악취 문제가 있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언눗 WTE 발전소에 계속 제기되었던 민원이 바로 악취였는데 탈취설비를 설치하지 않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지난달 넝캠 WTE 발전소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과 공기질, 수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악취 관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학생 중 일부는 발전소 견학 내내 코를 막고 있기도 하였다.

다음으로는 발전효율의 문제도 있다. 태국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일반쓰레기와 따로 분리해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소각하기 전 건조과정이 필요하다. 생활폐기물 직접 연소 소각시설의 발전효율도 낮은 편인데 분리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까지 소각하면 발전효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탄소배출이다. 태국에서도 종이, 유리, 페트병, 캔 등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분리해서 버리고 있지만 분리수거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지 않고 소비량이 엄청난 비닐류는 여전히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결국 플라스틱 폐기물이 WTE 발전소에서 소각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는 방콕시가 기대하는 ‘더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방콕’을 위한 해법이라 할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는 소각으로 처리할 수 있어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문제를 다른 형태로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방콕의 폐기물 에너지화 계획은 처리 과정에 국한된 것이고 또 다른 환경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분명하다. 이미 발생한 폐기물의 처리만이 아니라 생산과 운송, 소비, 폐기 전 과정에 이르는 종합적인 접근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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