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선거 후폭풍을 맞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탈락하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자 1만 명 넘는 당원들이 줄 탈당하고 당 지지율마저 급락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당원 권한 강화를 약속하고,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회의장 경선 시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등 강성 당원 달래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회의장 최종 후보로 선출된 우 의원도 "당심과 민심을 받들어 개혁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우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심과 민심을 품어 안고 개혁·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21대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22대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그 기대가 의장 후보 선거 과정에서도 있었다"며 "국민들과 당원들의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저 또한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퇴행에 국회가 결연히 맞서 싸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무엇이 국민에게 옳은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로 인한 삼권분립 훼손에 제22대 국회는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으로 기어코 채상병 죽음의 진실을 묻으려 한다"며 "헌법이 정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후 강성 당원들이 탈당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채 상병 특검법안 처리를 약속하며 강경한 면모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 따르면 국회의장 경선 이후 탈당 신청자는 1만 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000여 명은 승인이 완료됐으며 나머지 신청자들은 탈당 승인이 보류된 상태다.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도 지난 조사 대비 6.1%p 하락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외에는 원칙적으로 시도당위원장이 기초의원, 광역의원 등을 공천해 권한이 상당히 크다"며 "당 내부적으로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당원들 비중 높이는 걸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 오후 고위전략회의에서는 다른 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3시간 가까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했다. 당원 이탈 방지를 명분 삼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에도 당원 의견을 반영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경선 결과가 대다수 권리당원과 지지자들의 의사와 달랐던 점이 지지율 하락과 관련이 있을 거란 점에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원 권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2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떤 게 더 바람직하고 당원권을 확대하는 방안이냐 하는 토의를 했다"며 "설전은 없었다. 다들 당원권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여러 아이디어 의견 개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장 최고위원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의견을 10분의 1이상 반영하는 '10% 룰'에 대해서도 "상당히 공감하는 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 부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도 저는 당원 참여가 한 20% 정도는 반영돼야 된다"며 "당원 경선이 도입되고 또 국민 참여 경선이 도입되고 차츰 선거권은 확대돼 가는 추세"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전날 "당원과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권과 맞장 뜨는 쾌감을 추미애를 통해 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정당의 지지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출렁인 건 매우 이례적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왜 몰라주냐, 요구가 왜 묵살당하느냐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탈당과 지지율 하락으로 의사표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오는 22~23일 충남 예산에서 열리는 당선인 워크숍에서 당원권 강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원권 관련 토의가 공식 일정으로 계획되지는 않았으나, 자유토론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당 지도부가 당을 당원 중심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진영정치와 팬덤 정치의 나쁜 폐해"라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김 의장은 21일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인 연찬회에서 "정치인 한 두 명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됐다). 소위 말하는 '수박' '왕수박' '중간 수박' 이런 식"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을 수박이라고 부르며 역적으로 여기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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