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를 둘러싼 정책 혼선이 여권 내 주요 인사들 간의 언쟁으로 번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찬성 입장과 함께 정부의 규제 방침을 비판한 여당 정치인을 향해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히자 유승민 전 의원은 "그런 생각이면 정부와 대통령실에 해외 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이야기하라"고 맞섰다.
오 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유해물질 범벅 어린이 용품이 넘쳐나고 500원 숄더백, 600원 목걸이가 나와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라고 해외 직구 규제 방침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정부와 여당은 늘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여당 중진'은 앞서 정부의 해외 직구 규제 방침을 비판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등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앞다퉈 "무식한 정책"(유승민), "졸속 시행"(나경원), "소비자 선택권 제한"(한동훈) 등으로 비판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를 감싼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오 시장의 뜬금없는 뒷북에 한마디 한다"며 "정부가 80개 제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한 조치는 80개 전체의 유해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KC(국가인증통합마크)인증만을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직구를 금지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니까 국민들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제가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다.
이어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오 시장이 "여당 중진"을 비판한 데 대해서도 "그런 생각이라면 사흘 만에 (규제 방침을)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해외 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똑바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을 향해서는 말할 베짱이 없나?"라며 "정치적 동기로 반대를 위한 반대, 근거 없는 비판은 하지 말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정부는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비난이 커지자 정책 발표 사흘만인 전날 철회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20일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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